중소기업 떠나는 청년들, 애타는 기업들
중소기업 떠나는 청년들, 애타는 기업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1.17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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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 중 3명 “힘들어도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겠다”
고용 불안정, 열악한 복지 등 기피 이유
기사 내용과는 무관. / 세종경제뉴스DB.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충북대학교 형설관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A씨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성과에 열악한 복지 등을 기피 이유로 꼽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불평불만도 한몫했다.

A씨는 “첫 사회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대기업은 내 삶이 없어서 싫다”며 “어른들은 이런 생각이 철없이 보이겠지만, 보다 윤택한 내 삶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회생활 3년 차인 B씨도 최근 중소기업에 취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성과를 내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보상 방식 탓에 일할 맛이 안 난단다. 게다가 인력 부족으로 여러 업무를 보다 보니 커리어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B씨는 “모든 중소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여라도 높으면 일이 많아도 신나게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푸념했다.

반면 청주지역 중소기업 C대표는 “원하는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사람을 뽑아도 회사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아버리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제반 여건 부실 등이 주된 이유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4.9%이던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41.5%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 39.7%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기준 청년(15세-29세)층 실업률은 6.6%로 전국 평균 9.8% 대비 3.2% 낮았다. 이는 2015년보다 0.6% 하락한 수치다.

지표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듯, 이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의 만 15~39세 청년 2500명을 대상으로 취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1%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 고용 불안정(28.8%)이 꼽혔다. 이어 낮은 급여 수준(22.6%),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없음(15.8%), 사회적으로 낮은 인지도(11.1%), 대기업보다 낮은 성취감(10.1%), 관련된 여러 업무경험이 부재(4.2%),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불가능(1.8%), 기타(5.7%), 모름·무응답(0.6%) 순이었다.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유형은 안정적인 회사(31.0%)였다. 이어 적성에 맞는 회사(25.6%), 급여가 높은 회사(18.3%),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10.5%), 분위기 좋은 회사(8.8%) 순이었다.

하형석 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 불안정과 낮은 급여고 노동 수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용위기 해법은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라며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지원 등의 정책·대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과 급여가 개선된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노동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전국 기업 182개사를 대상으로 ‘채용 애로사항’을 물은 결과, 75.3%가 ‘어렵다’고 답했다. 2015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80.5%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청주상공회의소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충북도내 대학 졸업 예정자의 93%가 지역 중소기업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인사담당자 D씨는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정주여건, 복지, 근로환경 등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며 “많은 청년 취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 이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자는 “우리나라 99%가 중소기업인 만큼, 중소기업의 일자리 품질을 끌어올리고 정부차원에서 강소기업을 적극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언론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중소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소기업 임금이 단기간에 오르긴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성과공유제 혜택을 대폭 늘릴 필요도 있다”고 분석했다.

충북 E대학 홍보담당자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나쁘게만 볼 수가 없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택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이라며 “자기 계발 기회를 높이는 등 맞춤형 유인책을 중소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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