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치 교체한다더니 ‘정치인 코스프레’
반기문, 정치 교체한다더니 ‘정치인 코스프레’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1.20 16: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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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입방아 오르내리는 언행에 지지율 ‘잔잔한 하락’
러브콜 보내던 정당들도 떨떠름…마포팀, MB맨 일색
재래시장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어묵을 먹는 것은 모든 정치인들의 필수 코스다. ‘정치를 바꾸겠다’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치인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진=뉴시스

그는 아이돌처럼 펜들의 환호를 받으며 인천공항 입국장에 나타났다. 어떤 이들에게는 간절히 기다리던 구원자였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은 여권을 침몰시키는 중이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귀국으로 보수를 구조할 ‘골든타임’이 시작됐다고 여겼다.

그는 1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택했다. 그는 조기 대선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지지율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현충원을 참배한 다음 날부터 살인적인 스케줄이 시작됐다. 음성에서 고향사람들로부터 환대를 받고, 학창시절을 보냈던 충주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기자들을 위한 ‘연출(演出)’의 시간을 가졌다. AI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분사했다. 꽃동네에 들러서는 몸이 불편한 이에게 미음을 떠먹였다. 충주에서는 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환영회를 가졌다.


환호에 들뜬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선친 묘소를 참배하는 과정에서 퇴주를 마시는 짧은 동영상이 ‘반기문 퇴주잔’ 논란으로 불거졌다. 수많은 무리를 이끌고 AI 방역시범을 보인 것은 ‘조류독감의 전파 위험을 높인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했다. 미음을 떠먹이면서 자신이 턱받이를 한 것은 조롱거리로 회자됐다. 봉하마을과 팽목항에 가서도 본인 혹은 수행하는 이의 언행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944년생이다.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40여년 가까이 공직에 머물며 외교통상부장관까지 지냈다. 2007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을 역임했으니 대단한 관록이다. 특히 외무 관료는 격식과 예법이 몸에 배고, 국외에서는 대접을 받는 직업이라 ‘거만함(?)’이 속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자들을 위해서 재래시장에서 어묵을 먹는 포즈를 연출하는 반 전 총장의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던 ‘점잖은 보수’들의 눈에 불편한 광경이다. 역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이런 일거수일투족이 가십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를 교체한다”던 반 전 총장이 ‘정치인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를 떠나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귀국 후 급상승할 줄 알았던 지지율이 미세한 하락세로 돌아선 이유는 이처럼 잔잔한 것들이다.
 

현역 의원 추종자 없어 ‘결국 정당행’


실제로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1월16~18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유권자 1507명을 대상(통화시도 1만468명. 응답률 14.4%,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으로 조사한 1월 3주차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월 2주차 주간 집계 대비 2.0%p 급등한 28.1%인 반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0.4%p 내린 21.8%였다.


이러자 귀국 전 ‘러브콜’을 보냈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이 떨떠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반 전 총장 스스로 당을 만들어야하는데, 일단 주변에 현역 국회의원들이 없다. 심지어는 2016년 12월22일 뉴욕을 방문해 “공산당만 아니면 따르겠다”고 맹세했던 충북지역 경대수(증평‧진천‧음성),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이종배(충주) 의원도 새누리당에서 반 전 총장의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따르겠다’는 단어의 의미가 ‘추종하며 앞길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반 전 총장을 앞세우고 자신들은 보신하겠다’는 뜻이었던 셈이다. 결국 반기문 전 총장은 16일 경남 김해에서 “홀로 하려니 금전적으로 힘들다 종국적으로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하겠다. 설 이후 입당 여부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1월20일 현재로서는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월19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선거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이른바 ‘마포팀’이 ‘MB맨’ 일색이라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숙 전 유엔대사를 컨트롤 타워로, 곽승준 고려대 교수(국정기획수석비서관, 이하 괄호 안은 모두 이명박 정부시절 직책), 이동관(홍보수석), 임태희(청와대 비서실장), 유종하(외교부장관), 김현일(언론특보), 김두우(정무수석), 박진(친이계 국회의원), 최구식(친이계 국회의원) 등이 모두 MB맨들이다.


마포팀에는 충북 출신 Q씨가 SNS 담당자로 참여하고 있다. Q씨는 “아직은 선거캠프의 수준이 아니다. 그냥 일정만 잡고 의전을 챙기는 수준이다. 어느 정당으로 갈지는 반 전 총장의 선택이 아니겠나. 그 이후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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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리 2017-01-20 20: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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