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송재단, 이대로 문 닫나
위기의 오송재단, 이대로 문 닫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1.2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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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내년 국비 전액 삭감 계획
그동안 국비로 연명… 자립 여건 미흡
오송재단 관계자 “자립할 때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경.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이건 아동 학대입니다. 이제 4살 된 아이한테 돈 벌어 오라고 등 떠미는 것 밖에 안돼요. 올해도 예산이 없어 연구 장비나 인력 충원을 못할 것 같은데, 내년부터는 전액 삭감이라니요. 다 죽으라는 거 아닙니까.”

26일 오전 세종경제뉴스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 관계자는 전날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이 같은 심경을 털어놨다.

내년 국비 전액 삭감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메카를 꿈꾸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오송재단)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 8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자체 운영비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내년부터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원이 끊기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6일 감사원의 보건의료산업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는 지난 2009년 8월 청주 오송에 첨단의료단지를 지정하고 이듬해 12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설립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모두 20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5년 지출 내역을 보면 인건비 102억 1300만 원 중 92억 5300만 원은 국비로, 9억 6000만 원은 충북도비로 쓰였다.

같은 해 운영비도 117억 3900만 원 중 97억 2700만 원은 국비, 10억 4000만 원은 충북도비로 충당됐다.

소모 경비 대비 국비 비율은 86.5%, 경비 대비 자체 수입금 비율은 4.4%였다.

그동안 정부는 재단을 설립하면서 재단의 건물과 연구 장비를 지원해왔다. 반면, 재단은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 운영경비는 자체 운영수입으로 충당키로 약속했었다. 부족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으로 운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2015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서 오는 2018년 오송재단의 자립화를 전제로 국고보조금 예산 지원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이때 자체 운영비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가 2018년 국고보조금 전액을 삭감할 계획이어서 재단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단 내 각 센터의 운영 재원 자체 조달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관계 기관은 재단의 존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라"고 밝혔다.

호재와 악재 속에 주춤
오송재단이 가만히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선경 오송재단 이사장은 예산 확보를 위해 20번 이상 국회를 찾았다.

또, 입주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메디포스트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연구를 지원받아 호주 인도 등 현지 회사와 기술 수출 계약을 했다. 미국에서는 임상시험 1, 2상을 끝마치고 환자 예후를 추적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미달됐던 토지분양은 이달 2.51대 1을 기록하는 등 호재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자체 수익도 소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오송재단의 최근 3년간 자체 수익금은 △2014년 1억 9000만 원 △2015년 9억 7200만 원 △2016년 20억 7200만 원이다. 이는 전체 소요경비의 1~4%에 달하는 수치다.

주요 수입원은 국가연구개발 사업비에서 발생하는 지원비(간접비), 장비 수수료, 시설임대료 등이었다.

오송재단 관계자는 A씨는 “바이오․신약 분야는 2~3년 만에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최소 10~20년이 걸리는 숙성 사업인데, 4년 만에 알아서 먹고살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차라리 자립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 등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해주던지, 설립 근거를 바꾸던지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오제세 의원(더민주․청주 서원)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인건비와 운영비가 제 때 지원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지원기관에 인력과 장비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라며 100% 자립화를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예산 가뭄을 겪고 있는 오송재단은 정원인 327명의 절반 수준인 180명만 근무 중이다. 인력 부족으로 보유 장비 가동률은 33.8%에 그치고 있는 등 운영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얼마나 썼나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 자료를 토대로 최근 3년간 업무추진비를 분석했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2015년 모두 4397만 5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경 이사장.

세부 지출내용을 보면 ▲유관기관 업무협의 및 간담회 등(2238만 4000원) ▲주요정책추진 관련 회의 및 행사·기념품 등(950만 1000원)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위로·격려 등(398만 원) ▲유관기관 및 직원 경조사비(화환)·명절 선물(811만 원) 등이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1대 이사장을 지낸 윤여표(60) 충북대학교 총장은 재임기간 모두 1억 4398만 8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연도별로는 △2014년 2987만 5000원 △2013년 5002만 5000원 △2012년 2507만 6000원 △2011년 3901만 2000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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