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청주시청으로 통(通)한다?
모든 길은 청주시청으로 통(通)한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3.0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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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우회도로 강상촌-효촌구간, 가도가도 계속 시청방향만 나와
주민들도 헷갈려 “모로 가든 바로 가든 어차피 시청이란 얘기냐”
강상촌-효촌(11.4km)구간.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판 19개 중 18개가 청주시청이나 시청이라고 표시돼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앞에도 청주시청, 차를 더 몰고가도 청주시청, 도로표지판에는 계속 청주시청만 나와요. 결국 어디로 빠져야 되는지 몰라서 가던 길 멈추고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켤 수밖에 없었어요”

충북 청주 오송에 위치한 회사에 다닌다는 A 씨는 부산에서 청주로 올라온 지 이제 2개월 차다. 오송에서 산남동으로 퇴근하던 중 A 씨는 표시판 때문에 당황한 적이 있다. 도로표지판만 보고는 어디에서 빠져나가야 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차에 내비게이션이 내장돼 있지 않아 처음에 산남동을 찾아갈 때 외곽도로에 진입해서는 어디로 빠져야할지 몰라 많이 헤맸다”며 “결국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사업비 5514억 원을 투입해 전 구간 개통한 청주국도대체우회도로(이하 3차 우회도로)에서 벌어진 일이다. 3차 우회도로는 묵방-외남-문암-청주역-석판-효촌을 잇는 총 길이 30.1km의 자동차전용도로다.

세종경제뉴스는 A씨 말에 따라 강상촌-효촌(11.4km)구간을 직접 달려봤다. 이 구간에 설치된 도로안내표지판의 수는 총 스물네 개. 그 중 세 개는 방향이 아닌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이었고, 두 개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나타내는 표지판이었다.

진출입에 필요한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판은 총 열아홉 개. 그런데 단 한 개만 뺀 열여덟 개가 진출방향의 목적지로 ‘청주시청’ 또는 ‘시청’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청주시청

이에 대해 청주시청 관계자는 “건설기술연구원과 문구를 협의해서 최종 결정한 사항”이라며 “예를 들어 강서동 복대동 이렇게 세부적으로 적는다면 복대동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신동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세부 지명을 적으면 헷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용도로도 고속도로와 비슷한 개념을 적용해 자세한 지명은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도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시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특히 3차 우회도로는 행정법상으로 읍면동을 넘나들기 때문에 청주시청, 시청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 같은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도로표시판의 경우 도로관리청이나 지자체에서 경찰관과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후 국토부에 검토를 요청한다. 이후 국토부는 연구원에 법적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 뒤 다시 국토부로 보내고 최종적으로 지자체에서 세부 조정해 확정된다”며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지인 뿐만 아니라 청주시민들도 반응이 싸늘한 편이다. 오송 주민 B 씨는 “가로수길이 막히는 퇴근 시간 대에 시외버스터미널에 빨리 가려고 우회도로를 탔는데, 도로표지판에 계속 청주시청만 나와 당황했다. 터미널 정도는 표시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 꼭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래야 차가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B 씨는 또 “청주에서 어떤 길로 접어들어도 청주시청은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빨리 가거나 돌아서 가는 차이만 있을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죄다 청주시청이라고만 적어놓은 저의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표지판”이라고 주장했다.
  
도로표시규칙 제2조에는 도로이용자가 도로시설을 쉽게 이용하고 목적지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도로의 방향과 도로명 등의 정보를 안내하는 도로의 부속물을 도로표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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