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유통공룡’들의 춘추전국시대
청주, ‘유통공룡’들의 춘추전국시대
  • 이재표,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3.20 0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시 출범·대규모 개발·건물용도 재구성 등이 원인
테크노폴리스·그랜드플라자·드림플러스는 ‘Hot place’

충북 청주시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대 유통공룡들 끼리 벌일 혈투에 벌써부터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하다. 영세자영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식공룡들이 청주로 모여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2014년 청주와 청원이 하나가 되어 통합시가 출범하면서 도시규모가 커졌고, 네 개 구를 중심으로 외곽을 개발할 요인이 발생했다. 청주시 흥덕구 외북‧송절‧화계동 일원에 조성하는 테크노폴리스는 산업단지와 함께 주거, 문화, 교육, 편의시설까지 들어서는 자족형 미니신도시다.

테크노폴리스에는 이미 SK하이닉스와 LG생활건강이 투자협약을 통해 공장 증설을 구체화시켰다.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2016년 말, 전체면적을 152만7575㎡에서 176만7629㎡로 15.6% 늘리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단 개발계획 변경 및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 고시했다. 기존부지는 2016년 말 65%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확장된 부지의 준공 목표는 2019년 말이다.

중부권 유일의 특1급 호텔인 그랜드플라자도 더 이상 공실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작심을 하고 나섰다. 이랜드그룹의 유통 주력인 이랜드리테일은 대형상가의 경매지분을 사들여 나머지 지분을 가진 영세상인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개미핥기(거대자본)가 개미(영세자본)에게 관대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테크노폴리스 내 이마트타운 입점이 예상되는 부지.


①테크노폴리스에 ‘이마트타운’ 입점說 ‘전운’

신세계 그룹 계열인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유통상업 용지 3만9612㎡를 360억원에 매입했다. 이마트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대규모 ‘창고형 매장’이나 이른바 ‘이마트 타운’의 입점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청주에 들어선 대형마트 1호다. 1997년, 미평동에 청주점을 개점했다. 당시 무료셔틀버스가 운행해 가면서 손님들을 끌어 모았다. 시민들은 원스톱 쇼핑의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에 매료돼 계산대에서 1시간씩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이 흐르는 동안 강산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1999년 가경동 롯데마트 청주점, 2002년 서문동 홈플러스 청주점이 잇따라 개점하면서 이마트의 독주체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홈플러스 청주점(2004년)·동청주점(2006년)·오창점(2008년), 롯데마트 상당점(2010년)·서청주점(2012년) 등 대형마트 5곳이 추가 입점, 상권 나눠 먹기 경쟁이 가속화했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상품판매시설은 옛날이야기다. 의류 아웃렛은 기본이고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문화센터, 식당에 동물병원까지 입점하다 보니 주변상권을 집어삼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대형마트도 ‘제로섬게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 중소상인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북지역제살리기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이마트의 테크노폴리스 입점을 반대하고 나섰다. 네트워크는 “이마트의 테크노폴리스 진출은 근근이 생존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지역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궤멸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특이한 것은 이제까지와 달리 ‘주민편익’을 내세우며 대형마트 입점을 반기는 조직적인 흐름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를 대전에 빼앗겨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느냐”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후에는 지역 부동산업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해당 부동산으로 알려진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에 인터넷 서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설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카페 회원 중 누군가 한 것 같은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재래시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청주시민들의 많이 양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86만 청주시가 물리적 양은 물론 소득 수준도 많이 올라 소비의 다양화를 위해 타 지역으로 많이들 쇼핑을 가는데 원거리를 가서 돈을 쓰기보다 생활 근거지에 소비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효과적이지 않겠냐?”며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청주시청에서 본사이전이라든지 단독법인을 해서 시민이 소비한 부분의 일정부분 청주시 재정으로 들어오고 그 자금으로 재래시장 구도심을 발전시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포털사이트 인터넷 서명에는 5000명 목표로 23일 17시까지 1969명이 서명에 동참한 상태다.


②‘특급호텔’ 그래드플라자에 ‘초특급’ 대형매장?

그랜드플라자호텔

대형 아웃렛인 ‘세이브존’을 유치하려다 실패한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옛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은 대규모 점포 개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랜드플라자의 소유주인 ㈜중원산업은 최근 청주시에 대규모 점포 변경등록 신청서와 대규모 점포 개설을 위한 지역협력계획서, 상권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중원산업이 소유한 건물은 3개 동으로 호텔과 대형마트(임대), SFX상영관(직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실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9000여㎡에 달하는 공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대규모 점포 개설을 다시 추진 중이다.

개관 당시 판매·근린생활시설로 용도가 제한돼 입점 유치 대상에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중원산업은 호텔, 대형마트,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2·3동 전체 용도를 현 판매시설에서 대규모 점포로 변경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1월 이전에 허가받은 홈플러스 매장을 확장·변경하는 방식으로 점포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호텔 측의 복안이다.

청주시는 오는 23일쯤 ‘유통상생발전협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통상업보존구역 1㎞ 이내 매장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는 영업을 불허할 수 있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정에 따라 다시 불허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건물 주변에는 직선거리로 660m 떨어진 곳에 내덕자연시장이 있다. 전통시장 상인 등 지역상권의 확장 반대 움직임도 거세다.

전통시장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청주시가 무분별하게 대형마트를 유치하고 있다”며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은 2006년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중부권 유일의 특1급 호텔로 지상 21층, 지하 3층, 연면적 3만5400평에 328객실을 갖추고 있지만, 객실 등 운영수입과 대형마트 임대 수익에 그치고 있다.


③드림플러스 경매로 산 이랜드, 상인회와 ‘혈투’

드림플러스 상가

이랜그룹의 주력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드림플러스 상가 1045곳의 75%가량을 경매 등으로 사들였다.

2004년 문을 연 드림플러스는 대내외 악재로 개점 이래 부침이 지속됐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의류점포 중심으로 쏠쏠하게 수입을 올렸고, 지금도 문을 연 점포들은 단골손님이 있어 그럭저럭 장사가 되고 있다.

준공 당시 1134개 구좌로 분양한 드림플러스는 699명이 700여 구좌를 분양받았고, 325구좌가 미분양인 채 오픈했다. 미분양 물량은 시공사에게 공사비 대물로 갔다가 시행사가 시공사를 인수하면서 되찾아 왔다. 하지만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결국 경매로 나왔다. 이를 2015년 11월, 이랜드리테일이 사들인 것이다. 낙찰가는 57억 2000만원으로 한 구좌에 1760만원 꼴이다. 층과 면적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당초 분양가는 한 구좌에 7000만~1억원 선이었다. 분양가의 20~30% 수준인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말이나 2018년, 이 건물을 백화점이나 대형 아웃렛 매장으로 새 단장해 청주 진출을 본격화할 구상이다. 하지만 수십 억원에 이르는 관리비 체납 문제를 놓고 상인들과 지루한 법적싸움까지 벌이면서 앞날이 불투명하다.

갈등의 핵심은 체납관리비와 상가운영권이다. ‘상인회’는 선수관리비 등 총 40억원을 이랜드가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랜드는 자신들이 내야 할 관리비는 총 9억9000만원뿐이며, 이미 모두 납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회는 2016년, 40억원 중 일부 금액에 대해 이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1억540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으나 양 측 모두 항소한 상태다.

운영권 갈등도 심각하다. 상인회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인들이 직접 선출한 대규모점포관리자가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랜드리테일측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분소유자가 선출한 관리인이 운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물관리실 확보를 위해 양측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억대 전기요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한전의 전기공급 중단만 간신히 모면하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