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처럼, 항체처럼, 줄기세포처럼…”
“유전자처럼, 항체처럼, 줄기세포처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3.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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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의 심장’ 충북산학융합본부 홍진태 원장

젊은 그대들이여/유전자처럼 영원하여라//젊은 그대들이여/항체처럼 굳건하여라//

젊은 그대들이여/줄기세포처럼 만능이어라//젊은 그대들이여/화합물처럼 융합하여라//

젊은 그대들이여/바이오캠퍼스에서 꿈을 꾸어라//젊은 그대들이여/바이오 대한민국의 꽃이 되어라.  - ‘젊은 그대’ 全文

이런 시를 쓴 사람은 누굴까? 유전, 항체, 줄기세포, 화합물 등 시어가 예사롭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오송생명1로에 있는 충북산학융합본부 ‘바이오캠퍼스’에 세워진 시비(詩碑)의 주인공은 홍진태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다. 홍진태 교수는 충북산학융합본부(이하 융합본부) 원장이기도 하다. 융합본부는 2013년 ‘국내바이오인력 양성의 요람’을 내세우며 문을 열었다. 홍 원장은 3년 임기의 원장을 연임 중이다.

전국에는 모두 13개 산학융합본부가 있다. 융합본부는 산업 현장에서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취업이 ‘선(善)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단지 안에 대학캠퍼스와 기업연구관이 함께 있다. 재직자의 평생교육과 대학의 맞춤형 인력 양성, 기업의 산학 공동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

산업자원통상부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13개 산학융합지구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오송은 바이오지만 전기전자, 기계, 조선해양 등 다양한 주제로 기업과 대학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 말까지 모두 6개 지구(오송, 반월·시화, 구미, 군산, 대불, 당진) 조성이 완료됐다. 17개 대학 37개 학과(학생 7232명)와 204개 기업연구소가 산업단지 내 캠퍼스와 기업연구관으로 이전했다. 홍진태 원장은 융합본부 원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홍진태 충북산학융합본부 원장.

2015년, 충북대·청주대·도립대 오송에 ‘바이오캠퍼스’ 신축

50개 기업 모여 공동연구·인허가·마케팅 지원, 괄목할 성과

2017년 충대 약대에 중소기업 대상 ‘화장품산업학과’ 신설

대학은 우수한 연구진과 미래의 인재들, 첨단연구 장비,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본과 시스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대학과 기업은 융합해야 한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메카, 충북 오송에 있는 충북산학융합본부는 ‘바이오(Bio)’를 매개로 대학과 기업을 융합하는 추진기관이다.

2015년 3월, 산업자원통상부·충청북도·청주시와 충북대·청주대·충북도립대 등 세 개 대학이 총 사업비 463억여원을 들여 오송 산학융합지구에 두 동의 기업연구관과 ‘바이오캠퍼스’를 신축했다. 바이오캠퍼스에는 충북대학교 약학대학(약학과‧제약학과), 청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충북도립대학교 바이오생명의약과 등 세 개 대학, 네 개 학과가 이전했다. 또 잠재력을 가진 50개 기업이 입주해 첨단소재 개발과 각종 실험을 거쳐 국내외에 완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규모는 작지만 내공을 인정받고 있는 곳들이다.

홍진태(1960년생) 융합본부 원장은 ‘산학융합’이라는 영역에서 ‘연금술사’ 역할을 맡고 있다. 충북대 약대에 부임하기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근무한 경험 덕분이다.

“당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죠. 충북대 약대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1990년 식약청에 취직해서 2001년까지 근무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1993년, 미국 켄터키대학에서 ‘약리독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식약청 시절 담당업무가 의약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인허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융합본부의 역할이 공동연구와 인허가, 해외마케팅 지원, 직원교육 등이니까, 식약청에서 일했던 경험과 인맥, 대학에서 한 연구 성과 등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충북산학융합본부

홍진태 원장의 역할은 일단 충북대 약대 교수로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크다. 포털사이트에서 홍진태 교수를 검색하면 <동맥경화 치료의 새 지평 열다> <싸이토카인 암 억제 기능 규명> <뱀‧벌 독으로 암 죽인다> <천연물 이용 치매치료제 개발 전망>이라는 제하의 기사들을 찾을 수 있다. 홍 원장 스스로도 ‘연구하는 게 제일 즐거운 교수’라고 정의한다. 융합본부 원장이니 당연히 공동연구를 진두지휘하는 것도 홍 원장의 역할이다.

그 다음이 매니저의 역할이다. 융합본부에 입주한 기업들은 50개 정도다. 의약이나 화장품, 의료기기, 바이오서비스 등이 업종이다. 홍 원장은 이들 기업들의 국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인허가 절차를 돕는다. 각 사의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도 융합본부의 몫이다. 홍 원장은 기업들의 ‘산파이자 보육도우미’ 역할에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들락날락하며 늘 50개 정도의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잘돼서 나가면 보람을 느끼고, 드문 경우지만 망해서 나갈 때는 가슴이 아프죠. 다들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융합본부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두세 명으로 시작해서 오송이나 옥산으로 공장을 지어서 나간 회사들도 적잖습니다. 코아스템, 중헌제약, HP&C 등이 다 2,3억원을 밑천으로 시작한 회사들입니다.”

홍진태 원장은 2017년, 충북대 약대에 대학원 과정으로 신설된 화장품산업학과의 책임교수도 맡고 있다. 화장품 뷰티산업은 충북의 6대 산업전략 가운데 하나다. 또 오송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화장품 규제 ‘프리존’이다. 충북대는 국립대 최초로 화장품 분야 중소기업 계약학과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중소기업 계약학과란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직무능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학위교육과정을 말한다. 충북대는 이와 관련해 학기당 3500만원을 지원받고, 성과에 따라 1500만원까지 추가 지원을 받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중소기업 취업 시 등록금의 65%, 신규채용과 동시에 입학할 경우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화장품산업학과에는 2017년, 첫 신입생 스물한 명이 입학했다. 개강식은 3월4일 열렸다. 책임교수인 홍 원장을 비롯해 약대교수 스물두 명은 물론이고, 의과대, 경영대, 자연대, 공대 교수들까지 강단에 서고 있다. 홍진태 원장의 각오도 다부지다.

“화장품산업을 대기업이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K-뷰티의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능력과 글로벌마케팅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겠습니다. 오송을 우리나라 화장품·뷰티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습니다.”

 

“돈 벌고 싶어 농경제학과 가려다 약대 갔어요”

미호천 건너 옛 연기군이 고향, 간이역서 기차 타고 충남고 통학

홍진태 원장은 1960년생이다. 환갑이 멀지 않았는데 40대로 보일 정도다. 언행도 용모도 야무져 보인다. 충남고를 졸업했다고 하니 고향이 대전이려니 했는데, 미호천 건너 옛 연기군 동면이 고향이란다. 물론 지금은 세종특별자치시다. 거기서 충남고를 통학하려면 간이역(내판역)까지 걸어가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린 뒤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했단다. 5시40분에 집을 나서면 두 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충북대 약대에 진학한 것은 집에서 가까워서였다. 어린 나이에도 돈을 벌고 싶었단다. 그래서 경제학과도 아니고 농경제학과를 가려고 했다는데, 그건 그 나이에 본 것이 농사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선친의 권유로 약대로 방향을 틀었다. 홍 원장은 오송에 살고, 오송에 있는 융합본부로 출근한다. 고향에 살게 돼 좋단다.

“미호천만 건너면 오송이었으니까 고향 같은 곳입니다. 여기 돌다리방죽(연제방죽)까지도 몇 번 놀러온 적이 있으니까요. 방죽 근처 아파트에 사는데 너무 좋아요. 정신적으로 힐링이 되는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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