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부자경영 ‘날개 없는 추락’
안국약품 부자경영 ‘날개 없는 추락’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3.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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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준선 회장, 어진 부회장 체제 1년만에 순이익 –87.4%
순이익의 2.3배 주식배당, 오너 일가에게 49.7% 돌아가
어준선 회장이 48년 동안 경영해 온 안국약품이 2016년 부자경영 이후 매출부진과 이익감소를 겪었다.

충북 보은 출신 어준선 회장과 아들 어진 부회장이 부자(父子)경영에 나선 안국약품이 2016년, 1년 만에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였다. 어준선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은 2016년 4월, 정준호 사장이 석 달 만에 사임함에 따라 직접 경영일선에 나섰다. 어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부친인 어 회장과 함께 안국약품의 각자 대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안국약품은 2016년 극심한 매출부진과 수익감소를 겪었다. 안국약품이 2월21일 발표한 2016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대비 11.8% 감소한 1743억2583만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65.9% 줄어든 44억1200만원, 당기순이익은 무려 87.4%나 뒷걸음쳐 11억2043만원에 그쳤다.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판매대행 효자상품 세 건의 판권도 경쟁사로 넘어갔다. 연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일본 아스텔라스사의 배뇨장애 치료제 ‘하루날디’와 연 250억원 매출을 올리던 과민성 방광 치료제 ‘베시케어’의 판권은 보령제약으로 이전됐다. 미국 화이자가 만드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연 100억원 매출)’의 판권은 제일약품에 빼앗겼다.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 어진 부회장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캐시 카우(cash cow)역할을 하던 판매대행을 세 개나 경쟁사에 빼앗긴 것은 경영능력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오너 일가의 경영이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국약품은 이처럼 경영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2월21일, 주당 220원씩 25억2000만원을 배당했다. 이는 순이익 11억원 보다 무려 2.3배나 많은 것이다. 배당액은 어준선 회장 20.44% 등 총 49.66%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제약업계는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 결정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배당을 후하게 주는 기업도 순이익의 30%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1955년에 창업한 안국약품은 1959년 국내 최초로 ‘펜마인 안약’을 출시했다. 어준선 회장은 1969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1989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을 맡는 등 무려 48년 동안 회사를 이끌고 있다. 어준선 회장은 또 남부3군(보은‧옥천‧영동)에서 자민련 당적으로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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