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 나라에 진정 ‘선거문화’는 있는 것인가?
[특별기고]이 나라에 진정 ‘선거문화’는 있는 것인가?
  •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17.05.08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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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선거문화’는 내가 살아 본 미국과 그리고 중국과는 이렇게도 다른 것일까? 필자는 각 나라와 지역의 문화차이와 다른 점을 찾고 우리지역과 나라에 맞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습관처럼 생각하며 산다.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의 ‘정치 문화’로구나 라고 내세울 만한 것들이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납득할만한 토론의 과정, 절차에 의한 토의, 사회각층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고민, 여론의 흐름을 검토하고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야를 넘어 법안에 대해서 국회에서도 청와대에서도 의논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보지 못했다.

그저 내 한마디면 법이 되고 정책이 되고, 내가 지시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즉석 공약과 오만한 자기 확신에 의해 권력형성이 되어 가지는 않는지 걱정되는 사회다. 수십 년 민주사회서도 못 한 것을 내 임기에 할 수 있다는 주장처럼 마치 ‘세상을 한번 만에 바꾸겠다’는 공식이 수학의 정석처럼 돼 버린 ‘선거문화’다.

고작 권력에 수반되는 자리를 탐해 줄을 서는 측근 몇 명을 두고 ‘정치동지’라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 듣는 것이 마치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들은 것처럼 착각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게 아닌지 물어 볼 일이다. 국민적 토의 과정에서의 격론 없이 최고 통치권자의 조급함과 극단적인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일들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불행의 연속인 나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평생 동안의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다. 오늘 새로운 나라의 지도자로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하나같이 대화와 소통을 하자고는 하지만, 상대를 자기 입맛에 따라 대화하려는 후보들의 자세는 기가 막히다 못해 지금까지의 위정자들과 무엇이 다른지 기대하기 어렵다.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내편의 입과 손을 이용해서 더러운 저주의 말만 쏟아내는 극단을 서슴지 않는 후보자들에게서 미래를 찾아야 하나!

미국의 2008년 대선, 엄청난 경제 암흑 상황에서도 여 와 야 보수와 진보, 공화와 민주,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그 위기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모습들을 기대하기에는 영원히 무리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안될 줄 알면서도 후보들의 세치 혀로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것을 바라는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만 뽑으면 세상이 달라 질것이라고 유혹하기 십상이다. 곧 지상낙원을 만들어 줄 것 같은 공수표를 오늘도 마구 날리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의 이유는 바로 빨리 빨리만 외치면 일 년을 걸려 지을 집들을 반년도 안 되어서 지어내는 국민. 빨리 빨리 냄비속성의 문화로 배고픔을 해결해 낸지 이제 불과 몇 십 년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자만심 위에 사상누각의 조급함과 조바심은 없는지 돌아보자. 이 조급함과 조바심이 국민성이 되어 결국 어떠한 과정도 생략한 채 그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면 승자의 모든 허물은 덮어지는 일그러진 사회의 모습은 아닌가?

그저 배불리만 먹으면 된다는 먹방과, 문만 열고 나가면 내가 원하는 성문화는 돈만주면 살 수 있는 각종 밤거리 퇴폐문화 또한 같은 맥락상에 있다. 돈 낼 사람이 원하면 두세 달이 걸리는 업무도 한 달 안에 뚝딱 끝내버리는 회사들과 싸게싸게 빨리빨리 만을 외치는 건축의 ‘건’자도 제대로 모르는 건축업자들.

개념디자인, 계획설계, 실시설계, 시공기간조차 개념 없는 수많은 건축주들, 아직도 규제를 만들어야만 입지가 공고해 진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공무원들, 거기에 한술 더 떠 자격증 장사로 신규 건축사들 숫자나 조절해야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한심한 건축사들이 판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것은 어쩌면 똥개에게 대변을 참으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나라의 지도자가 바뀔 시기라 굳이 한마디 하자면, 이제 ‘민주’도 좋지만 ‘민족’을 말하고 우리민족의 역사와 뛰어난 문화를 세계에 널리 부흥시키겠다고 힘내 이야기하는 후보가 없음이 안타깝다.

본시 문화라는 것이 돈 있고 명예 있는 배운 사람이 향유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란 착각이 들어 있던 나라다. 어린이들도 노인들도 그 누구나, 직장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문화이다. 결국 문화란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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