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내정자 ‘흙수저 신화’
김동연 부총리 내정자 ‘흙수저 신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5.2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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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출신, 청계천 판잣집서 고학…은행 다니며 고시 합격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요직…변양균 라인 부활의 상징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성장한 충북 음성 출신의 김동연(61) 아주대 총장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탕평인사의 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동연 내정자는 층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태어났다. 곤궁한 살림에 큰아들이라도 공부시키겠다는 아버지의 결심에 따라 서울 친척집에 보내졌다. 하지만 친척집은 청계천에 있는 무허가 판잣집이었다. 고향의 부친은 김 내정자가 11살 때 세상을 떠났고, 홀어머니와 세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소년가장이 됐다.

신문을 팔고 구두를 닦으며 덕수상고에 다닌 김 내정자는, 열여덟 살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이후 국제대 법학과(야간)에 진학해 낮에는 은행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에 열중했다. 은행 합숙소에서 선배가 버린 고시 잡지를 보고 고시도전을 꿈꿨고 1982년, 입법고시(6회)와 행정고시(26회)에 모두 합격했다.

1983년, 옛 경제기획원(EPB)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 중장기 국정플랜인 ‘국가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금융비서관 등을 거쳐 2011년 기재부 예산실장, 2012년 기재부 2차관으로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규제개혁 과제를 총괄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20013년, 당시 스물여덟 살이던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고도 장례식 당일 업무에 복귀해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한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아들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고조차 내지 않았다고 한다. 김 내정자는 2014년 7월, “가족을 돌보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공직을 떠났다. 김 내정자는 2015년 2월, 아주대 총장에 임명됐다.

김 내정자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선물’을 거절한 몇 안 되는 정·관계 인사다. 성 전 회장의 ‘선물 리스트’에 김 내정자 이름도 올라 있었지만 비고란에는 ‘사양’이라고 표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김 내정자는 국무조정실장 사퇴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왔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으나 이를 고사했다. 2016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대학과 약속 때문에 맡지 못하겠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 내정자를 중용한 내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김 내정자는 ‘변양균 라인’의 부활을 상징하고 있다. 2007년 이른바 ‘신정아 스캔들’로 공직에서 물러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환상의 콤비를 이뤘었다. 변 전 정책실장은 2012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을 도왔다.

김동연 내정자는 참여정부 당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으로 일했던 최측근이다. 김 내정에서 앞서 임명된 홍남기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은 변양균 실장 당시 정책보좌관이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부터 정책실장으로 재임할 때까지 비서관으로 일하며 보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김 총장은 저와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과 국조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김 내정자 인사발표에 대해 “새 정부 인사발표가 날 때마다 조마조마 했는데 이제 충북의 원을 풀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김 내정자는 머리도 영리하고, 예절도 바르고, 대인관계도 좋고, 자기 관리도 깨끗한 사람이다.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모범공직자”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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