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 모던…무비 시티 청주
오리엔탈, 모던…무비 시티 청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5.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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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케이션 안내사이트 ‘레디고 청주’ 영화인들에게 각광
옛 ‘연초제조창’ 세계적 장소…청주대 영화과도 인프라
덕혜옹주, 프리즌, 베테랑, 신세계 등의 공통점은 무얼까? 정답이 그냥 ‘영화’라면 너무 싱겁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아니다. 주연이나 조연배우가 누구였는지 억지로 기억해낼 필요는 없다. 정답은 ‘청주에서 찍은 영화’들이다.제빵왕 김탁구, 카인과 아벨, 영광의 재인, 육룡이 나르샤, 태양의 후예 등은 청주에서 찍은 드라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돌그룹 신화, 인피니트, 엑소, 방탄소년단 등이 청주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청주는 가히 영상문화의 도시다.청주 초입의 가로수길은 오래 전부터 영화촬영의 명소였다. 영화 만추에서 김혜자와 정동환은 가로수길에서 사랑을 나눈다. 1966년 이만희 감독이나 2011년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아니라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만추다. 가로수길은 1995년 SBS 24부작 모래시계에도 등장했다. 모래시계에서 최민수는 오토바이에 고현정을 태우고 가로수길을 달린다.그런데 이제는 청주 구석구석이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청주의 달동네 수암골부터 성안길, 상당산성, 옛 연초제조창, 청주공항까지 곳곳에서 “레디고!” 소리가 들린다.청주를 ‘영화의 도시’라고 우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2017년 22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나 18회로 그에 버금가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생각하면 ‘청주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더군다나 전주는 2008년에 문을 연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있다. 2016년에 매각이 된 경기도 남양주영화종합촬영소와 함께 쌍벽을 이루다가 이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두 개의 실내스튜디오(J1-1044㎡, J2-792㎡)와 야외세트장(4만8888㎡)을 갖추고 있다. 청주에는 영화제도 없고 촬영장도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세를 보면 청주는 영화의 도시가 맞다. 도시 전체가 촬영장이다.
청주 성안길에서 탐미적 격투신을 촬영한 영화 <짝패, 위.>와 1300만명을 동원한 <베테랑, 아래>의 한 장면.

2006년 류승완 감독이 주연배우로도 출연한 <짝패>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온성’은 가상의 도시다. 그런데 주인공 석환(류승완 분)의 친구 왕재의 49제를 치르는 장소는 청주 우암산 관음사다. 관음사에서 내려다보는 청주 전경이 보인다. 류승완 감독의 탐미적 격투신은 성안길 전역에서 촬영됐다.

1341만명이 관람해 역대 관람객수 3위를 기록 중인 <베테랑>에도 성안길 격투신이 있다. 형사 황정민과 재벌가의 아들 유아인이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 배우 마동석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그의 대사는 “나 아트○○ 사장인데…”다.

청주시와 청주대 산학협력단은 2009년,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 100여 곳을 선정해 ‘레디고 청주’라는 사이트를 구축했다. 촬영지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해 사이버 상에서 헌팅이 가능하도록 했다. 청주국제공항, 상당산성, 육거리시장, 옛 연초제조창, 수암골 등의 장소가 망라됐다. 8년여가 흐른 현재는 충주호나 속리산 등 도내 타 시군을 포함해 400여 군데로 늘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다.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옛 담배공장과 동부창고.

‘레디고 청주’을 주도한 김경식(청주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영화 로케이션을 섭외해 성공하는 확률은 10~30% 정도다. 하지만 청주는 성공률이 70~80%에 이른다. 청주시청은 물론이고 도시전체가 영상콘텐츠 촬영에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디고 청주를 만든 김경식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또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가깝고 달동네나 구도심상가, 공항, 옛 담배공장 등 청주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제작자들의 유혹하고 있다.

김경식 대표이사는 “청주는 오리엔탈과 모던이 공존하는 도시다. 옛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만하더라도 규모와 구조 면에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공간이다. 서울예대,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 등에 이어 지방에선 처음으로 청주대에 연극영화과가 생긴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작 실무자 중에 청대 연영과 출신이 적지 않고, 학생들을 엑스트라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컨트롤타워, 청주 영상위 발족

5월19일, 市관계자‧영화인 등 150명 참석

로케이션 장소 섭외 등 행정적 업무 지원

청주시는 영상위원회를 발족하며 영상문화도시 비전을 선포했다.

청주시가 영상문화도시 비전을 선포했다.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5월19일 엠컨벤션홀에서 이승훈 청주시장과 업무협약기관장, 청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 영화인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상in청주’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영상도시청주 홍보영상 시청, 경과보고, 2017사업발표, 청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 위촉장 전달, 영상문화도시 선포, 축사, 축하공연, 영화인의 밤 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한류문화의 꽃이라 지칭되는 영화와 드라마, K-music산업 등 영상산업이 각광받고 있다”며 “스토리텔러들의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영상제작자의 희망의 현실이 될 수 있는 영상문화도시 청주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김호일 청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청주영상위원회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물 촬영 유치, 로케이션 장소 섭외, 제작관계기관과 협의, 행정적 업무 지원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영상인프라·영상관광산업 성공모델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청주에서는 청주영상위를 통해 영화 ‘치즈인더트랩(주연: 박해진, 오연서)’과 ‘엄니(주연: 손호준, 김해숙)’,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주연: 임시완, 윤아, 홍종현)’ 등이 촬영 중이거나 촬영을 마쳤다.

김호일(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청주영상위 운영위원장은 “영상산업을 보다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청주가 국제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영상위를 통해 영상산업 발전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청주영상위원회는 ‘2017년 청주시 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공고하고 지원대상을 모집하고 있다.
 

2시간에 22만원…청주공항 흑역사?

영화 신세계‧파파로티‧조작된 도시 등 촬영

청주공항에서 촬영한 영화들.

2000년 이후 영화의 공항신은 대부분 청주국제공항에서 촬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냥 자랑할만한 것도 아닌 것이 “서울에서 가까운데다 국제선 노선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보호구역 촬영이 용이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간첩> <파파로티> <신세계> 등의 공항장면을 청주공항에서 찍었다.

1997년 청주공항 개항 직후 IMF사태가 터져 국제선 운항이 아예 중단됐을 때는 공항공사에서 공문을 만들어 영화사나 방송사 등에 뿌리기도 했다. 청주공항을 빌려 촬영을 하려면 2시간 기준으로 22만원을 내야한다.

2016년 이후에는 청주공항에서 영화촬영이 없다. 공항이 붐비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관계자는 “2015년 <조직된 도시, 2017년 개봉> 촬영 이후 청주공항을 빌려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영화를 촬영하려면 최소 4시간 이상 공항을 빌리는데, 국제선 여건 상 공항을 확장하기 전까지는 임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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