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종이컵의 '무한' 도전 - (주)용호산업
'흔한' 종이컵의 '무한' 도전 - (주)용호산업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5.2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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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2년 만에 500만 달러..지난해 1200만 달러 수출 실적 기록해
성공 비결, 전 공정 촘촘한 매뉴얼화로 품질 향상...크린룸도 한 몫
전체 상시근로자 중 20%이상 장애인 고용...사회적책임도 '앞장서'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주)용호산업의 전경 / 사진=박상철기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네요.(웃음)”

국내외로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이 있다. 국내 연간 소비량 약 166억 개. 1인당 연간 소비량 240개, 직장인 하루 평균 3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이컵’. 한 번 사용 후 무심코 버리는 종이컵에는 우리가 모르는 많은 기술과 노력이 접목돼 있다. 종이컵과 함께한 지 31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종이컵을 만드는 회사. 지민규 ㈜용호산업 대표를 만나보자.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용호산업은 일반 종이컵, 테이크아웃 종이컵, 식품용기 등 규격이 다른 45가지 제품생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종이컵 제조 회사에서 10년 간 생산과 영업을 담당했던 지 대표.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어 1996년 개인사업자로 타 제조회사에서 종이컵을 받아 시장에 판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년 꾸준히 판매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산설비까지 갖춰 시장이 아닌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여의지 못했던 주머니 사정 탓에 알음알음 알던 종이컵 제조 기계 회사에서 6대의 장비를 어렵게 빌렸다. 그렇게 58평의 작은 가게에서 첫 종이컵 생산을 시작했다. 제조 설비를 갖춘 이후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렸다. 국내 종이컵 시장 30%를 순식간에 차지 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주)용호산업 지민규 대표 / 사진=박상철기자

달콤한 성장 열매의 맛도 잠시. 문제가 닥쳤다. 모든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 인력 수급이었다. 늘어나는 주문 만큼이나 필요한 인력 충원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다. 때마침 지인이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혜원학교의 장애인을 한 번 고용해 보라고 권유했다. 솔깃했다. 반신반의로 10여 명의 인원을 채용해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충성도도 높았다. 이를 계기로 용호산업 사업장에는 현재 전체 근로자의 20%가 넘는 25명의 장애인이 고용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그들이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장애 특성에 따른 업무 배정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수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동종 업체가 200여 개가 될 정도로 경쟁은 날로 심해졌다. 설상가상 2008년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환율은 들쭉날쭉 요동을 쳤다. 때마침 지 대표를 뇌리를 스친 아이디어. “그래! 종이컵을 수출해보는 거야” 신선한 발상이었다. 직장 생활할 당시 알고 지냈던 대만 업체를 통해 첫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수출 2년 만에 수출 실적 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세(勢)를 확장했다.

지민규 대표가 생산라인을 돌며 직원들과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 사진=박상철기자

가격이 저렴하고 부피를 차지하는 종이컵의 수출 경쟁력을 의심하던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기우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수출무역사절단’을 통해 해외 마케팅 지원을 받으면서 무섭게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일본 유럽 북미 등 20여 개국에 수출 판로를 확보하며 명실상부 종이컵계의 이단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독일 최대의 유통업체인 ‘메트로(Metro)’에 입점 승인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메트로는 월마트 까르푸에 이어 세계 3대 유통업체로 33개국 2000개 대형 매장을 가진 유통공룡이다. 이로써 해외 20여 개국이 아닌 이제는 50여 개국으로의 진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여기서 용호산업 만의 성장 비결이 궁금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묻자 지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기존의 회사들처럼 우리는 품질향상을 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원부자재 검수부터 생산공정·출하까지 모든 부분에 자체 내부 매뉴얼이 자세히 짜여 있죠. 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면 품질은 무조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매뉴얼 잘 지키는지 관리·감독을 최우선 순위로 정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공장을 옮기면서 크린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린룸은 주로 반도체·정밀기기 업체에서 주로 이용하는 건데 저희가 국내 업계 최초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제품하나 하나에 관심을 많이 가집니다. 그래서 특히 식품용기에는 더 신경을 기울이죠. 아직 국내 식품위생법에 적용을 받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크린룸에서 종이컵을 생산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큰 기업들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한 '계단식 주름컵'을 설명하며 미소짓는 지 대표 / 사진=박상철기자

용호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277억으로 내수 67%, 수출 33%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쏟아지는 주문 물량을 기존의 생산 공장과 설비로는 감당하기 벅차 지난해 3월 현 위치인 2만3000㎡ 부지에 새로운 공장을 신축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

매년 10~20% 꾸준히 성장 중인 용호산업은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에 따른 어려움도 따른다. 외국 제품의 종이컵의 규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공장의 설비·금형에 많은 투자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지 대표는 “자금 문제는 중진공의 ‘신성장기반자금’이라던지 ‘수출금융’을 통한 지원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 때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한테는 정말 구세주 같은 곳이죠.(웃음)”라며 밝게 웃었다.

지 대표의 앞으로 목표는 하나다.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내실을 더욱 강화해 어떠한 위기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회사도 사람 몸과 똑같은 것 같아요. 살찌면 건강에 문제가 많이 생기잖아요. 열심히 운동도하고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서 다음 도약을을 위해 힘을 비축하려 합니다.” 종이컵 만드는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지 대표. 모양이나 용도 변형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종이컵으로 어떤 고품질의 특색 있는 종이컵이 탄생할지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용호산업의 히트상품인 '계단식 주름컵', 컵 주위를 세 줄의 둥근 테두리를 만들어 같은 종이 두께를 써도 더 단단하고 미끄럼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독점 공급해달라는 업체들이 줄을 섰을 정도다 / 사진=박상철기자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원사업

◆ 수출금융지원사업 : 수출계약(L/C, D/A, D/P, Local L/C, T/T, M/T, 구매확인서, O/A, 해외조달계약에 따른 P/O, 해외유통망 P/O) 또는 수출실적에 근거한 수출품 생산비용 등 수출 소요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자금지원사업

◆ 무역사절단 :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세일즈단을 구성, 해외 현지에 파견하여 해외바이어와의 수출상담을 지원하는 사업(지원내용 : 바이어상담비용, 현지교통편, 상담장임차, 통역, 자료제공 등을 일부 지원)

◆ 신성장기반자금 : 사업성과 기술성이 우수한 성장유망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화 등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여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업(융자범위 : 시설자금, 운전자금)

◆ 긴급경영안정자금 : 생산 및 판매 활동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자연재해 또는 ‘재해중소기업 지원지침‘에 따라 지원이 결정된 인적재난으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의 직접피해 복구비용. 일시적 경영애로 기업중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의 경영애로 해소 및 경영정상화에 소요되는 경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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