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문(Blue Moon), 너는 대체 누구냐?
블루문(Blue Moon), 너는 대체 누구냐?
  • 박한규
  • 승인 2017.08.1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연재_별보는 어른아이①

2018년 1월에는 1일과 31일, 두 번에 걸쳐 보름달이 뜬다. 한 달에 두 번의 보름달이 뜨는 경우는 흔치 않은 천문현상이다. 이처럼 두 번째 뜨는 보름달에는 ‘블루문(Blue moon)’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행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블루문’이라기에 쳐다보면 달이 파란색은 아닌데 어째서 ‘블루문:파란달’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동양에서는 보름달이 소원을 들어주고 세상을 밝게 비추는 상징물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 4대 명절 가운데 정월 대보름과 추석, 두 개나 보름달이 뜨는 날 치러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보름달이 두 번이나 하늘에 떠오른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서양에서는 보름달이 불행과 재앙의 상징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 얼마나 두려우면 밖에 다니는 걸 경계하기 위해 늑대인간까지 만들어 냈을까? 영어 ‘blue’에는 ‘우울한’이란 뜻이 있다.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이니 얼마나 ‘우울한 달’인지 짐작이 간다.

블루문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blue moon의 blue는 ‘belewe’=‘to betray(배신)’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한다. 블루문이 우울한 달이 아니고 배신의 달이란 말인가? 내막은 이렇다. 16세기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사순절(Lent day) 뒤에 보름달이 뜨면 곧 춘분(봄)과 부활절(Easter day)이 임박했음을 알고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런데 사순절과 부활절 사이에 두 번의 보름달이 뜰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첫 보름달은 부활절을 예고하지 못하고 헷갈리게 하므로 배신의 달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blue moon의 가장 오래된 문서 기록이다.

미국 메인 주 농부들을 위한 책력(Maine Farmers' Almanac;메인 책력)에 따르면 한 계절에는 세 번의 보름달이 뜬다. 일 년에 열두 번의 보름달이 뜨는 셈이다. 그런데, 가끔은 한 계절에 네 번의 보름달이 뜨는 경우가 있는데, 메인 책력에 따르면 이 세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한다. 교회에서도 기념일을 챙길 때, 겨울철 두 번의 보름달이 뜨면 사순절이 되고 마지막 세 번째 보름달이 뜨면 부활절이 임박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보름달이 떴지만 부활절이 아닌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블루문=배신의 달의 탄생이다.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이 블루문이 아니고 한 계절에 네 번 뜨는 보름달 가운데 세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한다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다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굳이 범인을 찾으라고 하면 천문잡지 Sky and Telescope이라고 할 수 있다.

1943년 7월호에 ‘일 년에 열세 번의 보름달이 있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는 기사가 있었고, 1946년 3월호에 ‘Once in a Blue Moon’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1950년에는 ‘Blue Moons in May'’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이 공신력있는 잡지가 일 년에 열세 번, 즉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는 경우를 blue moon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사용한 것이다. 이 뒤로 1980년 1월, StarDate라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천문학적으로 살펴보면, 태양년(tropical year)은 365.24일이고, 달의 삭망주기(synodic month)는 29.5일이다. 일 년에 달이 열두 번 뜨고 지기를 반복하여도 354(29.5x12)일로 11.24일이 모자란다. 이 모자라는 날들을 보정하기 위해 2년 또는 3년에 한 해는 윤년을 두어 일 년 열세 달인 경우가 발생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9년에 7번의 윤년이 생긴다. 19년은 메톤 주기(Meton's cycle)로 지구와 달이 동일한 삭망 위상을 갖는 주기를 말한다. 이 기간에 7번은 일 년에 열세 번의 보름달 즉, 블루문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한 계절에 네 번의 보름달 가운데 세 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부르는 것과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아주 심각한 차이가 있다.

한 달은 30일 또는 31일이고 달의 삭망주기는 29.5일이다. 2018년 1월처럼 월 초에 보름달이 뜨면 월 말에 다시 보름달이 뜰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삭망주기보다 작은 2월은 어떨까? 한 달을 기준으로 한다면 2월에는 블루문이 생길 수 없다. 그러나 한 계절을 기준으로 하는 메인 책력에 따르면 2월에 뜨는 보름달이 그 계절의 세 번째 보름달 즉, 블루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달을 블루문이라고 부르든, 블루문을 보고 소원을 빌든 무서워하든, 블루문의 천문학적 의미를 알든 모르든 우리는 2018년 1월이면 기대에 부풀어 블루문을 만나게 된다.

※세종경제뉴스 인터넷에 6월12일 게재됐던 원고입니다. 위크엔드 뉴스브리핑用으로 재전송합니다. 

청주가 고향인 박한규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현재 경남창원시 진해에 있는늘푸른요양병원 병원장이다.박한규 원장은 키만큼 커다란 망원경으로 별보기를 좋아하는 어른아이다. 또 신화와 역사 그리고 과학을 넘나들며 엿보는 재미에 빠진 일탈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