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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두 국어교사는…김병우 교육감 3년

기사승인 2017.06.13  15: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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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씨앗학교와 행복교육지구로 학교와 사회 동반상승 모색
정계진출 고사, 도종환은 비례대표-지역구-문화부 장관까지

해직교사 시절 김병우의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식에 축하하러 온 도종환 선배와 찍은 사진(1990년 2월25일) 사진=김병우 교육감 앨범에서
1990년 2월25일, 두 명의 해직교사가 만났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전직 국어교사였다. 이들의 꿈은 오직 좋은 선생님이었다. 어떤 일로도 눈부신 교실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릴없이 교단을 떠난 뒤에도 제비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정도였다.

이날은 후배의 교육대학원 졸업식이었다. 선배는 전교조 결성과 관련해 투옥됐다가 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절처럼 매운 삼동(三冬)이 지났지만 시국은 꽃샘추위처럼 매서웠다. 선배는 여리고 가냘픈듯하면서도 눈매에 결의가 서려있다. 후배는 더벅머리에 서글서글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후배는 서른네 살의 김병우, 선배는 서른여섯 살의 도종환이다.

27년이 흐른 지금, 후배는 충청북도교육감이다. 선배는 국회의원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다. 정치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후배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교육위원에 당선됐고,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4년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교조 충북지부 창립 1주년 기념 기자회견(1990년 5월28일). 왼쪽 두 번째 김병우, 왼쪽 세 번째 도종환

‘진보교육감’의 지난 3년은 그리 평온하지 않았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두 건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5년 10월29일, 벌금 80만원이 확정됐다. 당선무효는 피했지만 취임 후 1년여가 흐르도록 가슴을 졸여야 했다.

교육계 내‧외부에서는 ‘진보’라는 두 글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하면 “교권을 무시하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자유한국당의 20석(31석 中)을 점한 충북도의회와는 내내 관계가 불편했다.

교육개혁은 생각처럼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방향이 뒤틀리지는 않았다.

“교육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지난 3년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과거의 교육에서 벗어나 오늘의 배움이 즐거워 내일이 기다려지는 희망교육을 위해 땀을 흘린 기간이었습니다.” 김병우 교육감이 지난 3년에 대해 내린 자평이다.

사진=박상철 기자

김병우표(標) 교육개혁의 핵심은 이른바 ‘행복씨앗학교’다. 행복씨앗학교는 혁신학교의 충북 브랜드다. 2017년까지 유치원 1개교, 초등학교 16개교, 중학교 11개교, 고등학교 2개교 등 모두 30개교의 행복씨앗학교와 23개교의 준비교가 운영되고 있다. 도내 학교의 약 11%가 이에 해당된다.

5월31일에는 행복씨앗학교 학부모 30여명이 모여 임원을 선출하고 활동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충북과 충남, 세종, 대전 등 4대 시‧도교육청 대표들로 구성된 충청권 학교혁신 학부모 네트워크도 운영되고 있다. 자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병우 교육감은 “씨앗학교 대부분이 작은 학교들이다. 순발력 있게 학교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런데 청주 성화초나 충주 남산초 같은 대규모 학교들도 학년 단위로 작은 학교처럼 움직이고 있다. 사실상 여섯 개의 씨앗학교가 움직이는 셈이다. 발동이 걸리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무쇠솥 같은 잠재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학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주여건의 핵심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다. 반대로 지역사회와 잘 결합된 학교는 지역 전체의 교육수준을 높인다. 그게 바로 ‘충북행복교육지구’다. 행복교육지구는 2017년 지정이 된 증평군을 포함해 충주, 제천, 보은, 옥천, 진천, 괴산, 음성 등 8개 시‧군에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을 품은 학교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생태교실, 전통공예교실, 숲속학교, 문학학교, 어린 농부학교 등으로 지역사회와 학교가 하나가 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인공지능시대, 인구절벽시대에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의 교감이 중요하다. 지자체들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옥천군에서는 사무실을 내주고 상근자까지 배치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교육감은 또 “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가진 아이들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정독실이나 문제집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내 고장, 우리 마을, 내 친구들과 교감할 때 스토리가 탄생한다”고 덧붙였다.

조기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한 것도 김병우 교육감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누리과정예산의 국고지원 여부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힘겨루기를 벌였던 지난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정부의 몫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혁신학교 전국적 확대, 고교학점제, 놀이교육 강화, 문화예술체육교육 강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장공모제 확대, 교사행정업무경감, 학교시설개선과 쾌적한 학교환경 만들기, 특수교육대상자와 다문화·탈북학생 지원 확대 등의 정부정책은 충북을 비롯해 진보교육감들이 수장인 시‧도교육청의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김 교육감은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결정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를 전 국민이 새롭게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생생한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됐다는 얘기다.

김 교육감은 “대통령처럼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받는다는 사필귀정의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특히 국민들의 힘과 의지가 투표를 통해 실현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사회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깨어있는 시민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 문화에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아무도 몰랐던 두 교사의 운명

사진=박상철 기자

다시 두 국어교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병우 교육감은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되자마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로 하여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이 한껏 달라지길…. 대한민국 각료의 기품이 한결 높아지길….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격조가 더 한층 높아지길…. 기대, 기대.”

김병우 교육감은 “정치권에 진출한 문화예술인 치고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지만, 도종환 의원만은 분명히 과거의 인사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병우 교육감이 교육감 후보로 도종환 의원을 밀다가 종국에는 본인이 직접 출마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교육자치 영역에서 교육감 직선제도가 도입된 뒤 당시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로 낙점했다. 2009년 겨울, 서울에 있는 도종환 사무총장을 찾아가 교육감 출마를 종용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문단의 원로인 고은 시인 등이 “국민시인을 수렁에 빠트리려 한다”며 호통을 쳤다. 도종환 사무총장도 “계속 출마를 요구한다면 외국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겠다”며 완강히 맞섰다. ‘진보교육감 후보를 내겠다’며 일을 벌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했다. 김병우 교육감이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내력이다. 김 교육감은 이때 낙선하고, 2014년 당선됐다.

한사코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 했던 도종환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처럼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다.

김병우 교육감은 “도종환은 국민시인 이상의 희망의 기호다. 충북의 도종환도 문인 도종환도 아니다. ‘문화계를 위해 할 일이 있다’며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이제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운명 앞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선배 도종환이 생각하는 후배 김병우는 어떤 존재일까? 2014년 교육감 선거에 재도전하는 김병우 당시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가 책을 냈다. <신나는 학교가 경쟁력이다>의 추천사는 선배 도종환이 썼다.

“김병우는 나의 대안입니다. 김병우는 나의 정답입니다. 김병우는 나의 동지이자 희망입니다. 김병우는 나의 출구이자 미래입니다.” 당시의 두 국어교사는 서로에게 대안이 되고 정답이 되며 많은 이들을 위한 희망과 미래를 쓰고 있다.

이재표 기자 gaja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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