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오송역, 에어컨이 없다?
'찜질방' 오송역, 에어컨이 없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7.1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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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에는 없고…환승맞이방에만 있어…‘땀 뻘뻘’
창문 열 수 없는 통유리에 1~3층 통층구조가 문제
7월3일, 대전충남본부에 ‘자동창문 뚫어달라’ 제안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는 오송역 3층 대합실. 있는데 안 트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튼다. 사진=이주현 기자

7월 13일 오후 2시쯤 KTX오송역 광장. 거리에선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열기가 올라왔다. 눈만 깜빡여도 땀이 났다. 들고 간 온도계를 보니 35도였다. 괜히 봤다 싶었다. 더 더워졌다. 땀을 식힐 곳을 찾기 위해 역에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안이나 밖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바깥보다는 나았지만, 체감 상 30~32도쯤으로 느껴졌다. 역내에 사람이 많다 보니, 지나칠 때마다 더운 공기가 내 주변을 스쳤다.

시원한 공기 한 줌이 간절했다. 그러나 역내에 에어컨은 없었다. 근처에 있던 오송역 관계자에게 물어 에어컨의 위치를 알아보니 기차 승강장 올라가는 길에 마련된 고객환승맞이방과 플랫폼 사이에 있는 대기실에 설치된 게 전부라고 했다.

고객환승맞이방 천장에는 모두 8대의 에어컨이 있었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냉‧난방 설정온도를 28도 이상으로 고정한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실제 온도도 27~28도를 유지했다.

쾌적함도 잠시였다. 고객환승맞이방을 나오니 또 땀이 나기 시작했다. 3층 천장에 달려있는 여러 대의 공조기에서 바람이 나왔지만 희미했다.

먹거리 등 매장과 승객 대기실이 있는 3층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쳐 보이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의자가 밀집돼 있는 곳에 중형 크기의 선풍기 3대가 있어 쾌적함을 유지했다. 선풍기는 1층에도 2대가 더 비치돼 있었다.

오송역 내 유일하게 에어컨이 있는 곳. / 이주현기자

이날 이용객 4명에게 ‘덥지 않느냐’고 물으니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김모(33)씨는 “오늘은 그나마 괜찮은 것”이라고 했다. 내내 비가 내렸던 지난주에는 더위에 습기까지 더해 짜증이 밀려왔다고 했다.

또 다른 김모(55)씨는 “너무 더워서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왔는데, 금방 마르는 것을 보니 덥긴 덥나 보다”라고 말했다. 박모(42)씨는 “역이 통유리로 돼 있는 데다 창문을 열수도 없고, 1층에서 3층까지 오픈돼있는 통층구조여서 냉방시설이 있어도 찬 공기가 돌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몇몇 매장 관계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환기가 잘 안 돼 쇼케이스에 먼지가 쌓여 수시로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고 있다고 했다.

오송역 관계자는 이 같은 민원을 인지하고 있었다. 직접 민원을 넣는 이용객은 많지 않지만, 역내를 오고 가며 알게 된 것이다. 역무원 등 직원들도 이용객들과 똑같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공조기를 풀 냉방해도 찬 공기가 머물 수 없는 역사 내 구조 때문에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했다. 지난해보다 일평균 이용객이 4000명쯤 증가한 것도 역내 열기를 올리는데 한몫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오송역 입장에서는 방송 멘트와 직접 대면을 통해 에어컨이 있는 고객환승맞이방으로 이용객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송역 관계자는 “지난 7월 3일 대전충남본부 오송관리역에 더위로 인한 승객의 불편 사항과 시설 개선안 등을 담은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2‧7번 출구 위, 충북대북카페 남‧북측, 테라스 방향 출구 위 창문을 자동문으로 변경, 바람이 통하도록 해 실내 온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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