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 이언구·연철흠 의원 ‘이래서 안 갔다’
제정신 이언구·연철흠 의원 ‘이래서 안 갔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7.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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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 물난리 속 해외연수…질타 쏟아져
李-빈 몸으로 갔다가 인천공항서 돌아와…안 가는 게 맞다
延-한 달 전, 가뭄 때문에 신청 안 해…양심에 내키지 않아
물난리라는 상황을 고려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지 않은 이언구(왼쪽), 연철흠(오른쪽) 충북도의회 의원. 사진원본=뉴시스

최악의 물난리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뒤로 한 채 유럽 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럽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두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김학철(자유한국당) 위원장을 비롯해 박봉순·박한범(자유한국당), 최병윤(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네 명과 의회사무처 직원 세 명, 도청 관광과 직원 한 명 등 여덟 명은 18일 오후 2시쯤 8박10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충북은 지난 16일, 청주에 302㎜의 비가 내리는 등 도내 전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19일 오전까지 사망 6명·실종 1명, 재산 피해 196억원 등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그런데 이들은 하루 전 정부를 향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더니 슬그머니 여행용 캐리어를 꾸렸다.

이에 반해 행정문화위 소속 의원 여섯 명 중 이언구(자유한국당)·연철흠(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두 명은 연수를 포기했다. 이언구 의원은 예약을 해서 출국 예정이었으나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렸다. 연철흠 의원은 아예 연수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국계획이 없었다. 이들 두 의원이 연수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이언구 의원은 “원래 2월에 연수계획이 있었으나 대선이나 치르고 가자고 해서 연기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빠지면 분위기를 깰 것 같아 일단 신청과 예약은 해놓은 상태였다. 허리도 아프고 몸도 좋지 않았지만 이렇게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 외국에 나간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인천에 갈 때부터 나갈 생각이 없었기에 짐도 없이 홑몸으로 갔다. 안 가야하는 것이 맞는데, (동료 의원들이)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철흠 의원은 “한 달 전쯤에 예약을 하라고 하는데 그때는 가뭄이 극심했다. 가뭄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외국에 나가는 것을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위원장이 주도한 일정도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한 것이다. 한 달 뒤에 이렇게 비가 내릴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의원과 공무원 등 8명의 연수비용은 총 4000여만원이다. 의원은 한 명당 도비 지원 500만원과 자부담 55만5340원, 공무원은 한 명당 도비 지원 500만원과 자부담 3만9680원 등이다.

김학철 위원장의 지역구인 충주의 한 여행사가 짠 연수계획엔 관광 일정이 수두룩하다. 프랑스에선 개선문, 로마 시대 수로, 아비뇽 연극축제, 모나코 대성당 등을 둘러본다. 이탈리아에서도 피사의 사탑, 두오모 성당,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 등 관광지를 찾는다. 공식 방문 일정은 마르세유컨벤션센터, 피렌체시청, 밀라노시청 등이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관계자는 “복합 문화관광·행정을 경험해 충북 문화관광산업의 국제화 계기를 마련하려고 연수를 떠났다. 문화·관광 시설 방문이 많지만 선진 행정을 익히는 일정도 있다”고 말했다.

4명 중 3명 조기귀국 추진

유럽으로 간 의원들, 징계 불가피할 듯

김학철 위원장 “혼자서라도 연수 강행”


최악의 물난리 상황에도 유럽 국외 연수를 강행한 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의 지방의원 국외 연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지만, 출국 하루 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해 놓고 곧바로 여행 짐을 꾸렸다는 점에서 도민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의원 4명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국민 정서에 역행하는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처벌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도의원 외유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앙당이 충북도당에 적절한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징계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도 중앙당 당무 감사위원회에 소속 도의원들의 이번 국외 연수 관련 자료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충북도당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전날 성명에서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고 위약금 등이 있다 하더라도 도의원들은 피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충북도당도 “시민과 공무원들은 물론 타 지역 자원봉사들도 수해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도의원들은 한가롭게 유럽 여행을 떠났다”면서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는 이런 지역 정치인들 때문에 지방자치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의원들의 정계 은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19일, “폭우 피해 상처가 깊은 상황에서 행해진 해외 연수는 분명 잘못됐다”면서 “정당을 떠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 도의원 4명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최병윤 의원을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국내의 비난여론을 감지한 의원들 중 3명은 프랑스에서 조기 귀국을 결정하고 비행기 표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학철 위원장은 김양희 의장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연수를 중단하고 귀국하는 것이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혼자서라도 연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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