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쥐" 김학철 의원 사퇴 요구 빗발
"국민은 쥐" 김학철 의원 사퇴 요구 빗발
  • 뉴시스
  • 승인 2017.07.21 0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명 중 2명 조기 귀국···2명은 22일 돌아올 듯
사진=KBS화면 캡쳐

최악의 집중호우 피해 속에 유럽 국외 연수를 강행했던 충북도의회 의원이 자신을 비난하는 국민을 설치류에 빗대 뭇매를 자초하고 있다.

유럽 국외 연수 참여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충북도의회는 한때 업무가 마비됐다.

충북도의회 김학철(충주1)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9일 청주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lemming)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 …"라고 말을 맺었다.

그는 같은 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유럽에) 도착한 뒤 엄청난 비난 여론을 전해 듣고 놀랐다"며 "거의 전쟁이 난 것처럼 우리를 공격하는데, 힘없는 도의원들한테 너무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해 복구가 한창인 민심을 뒤로한 채 유럽 외유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이 비등한 상황에서 전해진 해당 의원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 인식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야기하고 있다.

레밍은 3.5∼3.8㎝의 몸통에 1.5㎝ 정도의 꼬리를 가진 쥐과 설치류다. 집단 서식하다 직선 이동하면서 호수나 바다에 줄줄이 빠져 죽기도 해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린다.

우리 국민이 유럽 국외 연수에 관한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언론의 선동에 따라 자신들을 비판하고 있다는 항변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의 인터뷰가 전해진 19일 오후부터 20일 현재까지 충북도의회에는 비난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애국국민운동연합 오천도씨는 충북도청 서문에서 유럽 외유를 강행한 의원 4명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물을 도의회 청사에 뿌리겠다고 공언했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 의원과 같은 당 박봉순·박한범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 등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지난 18일 8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관공서와 관광지 등을 둘러보기 위한 국외 연수를 떠났다.

지방자치법의 지방의원 국외 연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지만, 출국 하루 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촉구해 놓고 곧바로 여행 짐을 꾸렸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각 정당은 국민 정서에 역행하는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당무 감사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충북도당 윤리심판원에서 이를 논의 중이다.

전날 청주시 낭성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해당 의원들은) 정무 감각이 없는 것"이라면서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유럽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모양인데, 이런 일이 있으면 여행을 중지하고 바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봉순 의원과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으며 김 의원과 박한범 의원은 오는 22일 태국 방콕을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비난 성명은 사흘째 이어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국민을 쥐로 비유한 도의원, 김학철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을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에 비유한 것은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의회는 공개 사과하고, 자유한국당은 김 의원을 제명하라"며 "충북 시민단체는 외유 도의원들에 대한 사퇴촉구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국민을 설치류로 만들려 하지 말고 본인 먼저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김 의원에게는 지방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갖추라는 충고도 아깝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충북도당도 "김 의원은 법적으로 보장된 해외 연수가 무슨 문제냐는 것 같은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일은 도의회와 도의원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충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