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생애를 보여줄게…청주근대사진전
건물의 생애를 보여줄게…청주근대사진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8.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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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夜行 연계, 옛 도지사관사에서 8월10일~9월9일까지
철당간-망선루-산업장려관-성공회 등, 흑백으로 보는 100년
1923년 제일교회 자리로 옮겨져 청남학교 교사 등으로 사용된 망선루. 깃발에 청남학교가 보인다.

굽이치는 파도가 ‘만장(萬丈, 3030m)’에 이른다면 허풍도 어지간한 허풍이 아니다. 그런데 곡절이 많은 사람의 일생에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표현을 쓴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에 ‘물결이 만장’이라니 해도 너무했다.

이 정도는 되면 몰라도 말이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안동까지 피했다가 개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청주에 수개월 머물렀다. 1361년의 일이다. 그해 11월, 홍건적의 난이 평정되자 청주에서 이를 기념하는 과거를 치르고 이 건물에 방을 붙였다.

왼쪽으로 기운 듯한 용두사지철당간.

취경루(聚景樓)였던 이 건물은 꼭 100년만인 1461년, 중수됐고 한명회가 내린 편액이 망선루(望仙樓)다. 그로부터 460년이 흐른 1921년, 일제가 청주경찰서 옆에 무덕전을 지으면서 500년 넘은 건물이 헐렸다. 2년 뒤 민족운동을 벌이던 청년들이 그 부재를 구입해 육거리 제일교회 안에 복원했다. 칸을 막고 유리창을 달아 청남학교 등 교육시설로 사용했다.

2000년 교회의 기증으로 원형 복원됐다. 하지만 원래 장소에는 이미 쇼핑몰이 들어서 인근 중앙공원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망선루의 생애 656년, 지금도 이어지는 ‘네버엔딩스토리’다.

청주성공회 선교사 사택을 짓는 모습. 기념사진인 듯한데 지붕 위 왼쪽 바위 위에도 사람이 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청주문화재단)은 청주의 주요 문화재들을 야밤에 즐기는 ‘2017 청주야행, 밤드리 노니다가’를 8월25일~27일까지 3일간 청주시내 일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청주문화재단은 이에 앞서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재연구원과 함께 충북문화관(옛 도지사 관사)에서 기획사진전을 열고 있다. 야행과 연계행사인 이 기획전은 청주 근대기록사진전 ‘청주 근대의 숲을 거닐다’로 8월10일부터 9월9일까지 열린다.

전시 구성은 옛 읍성 터를 기준으로 성 안쪽 문화재인 ▲철당간 ▲압각수 ▲망선루 ▲충북도병마절도사영문 ▲청녕각 ▲척화비와, 읍성 밖의 근대문화유산인 ▲구 충북산업장려관 ▲충북도청 본관 ▲우리예능원 ▲향교 ▲구 도지사관사 ▲성공회 등 총 12곳을 중심으로 100여점의 흑백사진과 영상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군정청 시기부터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온 충북도청 부속건물.

철당간의 옛 모습은 왼쪽으로 살짝 기운 듯하다. 위치를 옮겨가면서 700년 역사를 바라보는 망선루의 80여년 전 모습이 당당하다. 1935년에 건립된 청주시 수동 성공회 성당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성당에 딸려있던 선교사 사택을 짓는 광경은 신기하기만 하다.

해방 직후 미 군정청, 6.25전쟁 당시 UN 민사원조처(CAC)로 쓰였던 충북도청 부속건물은 한때 충청북도상공장려관이었다. 도청 네거리에는 아직도 이 건물이 건재하다.

김호일 청주문화재단 사무총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이 청주의 옛 기억과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8월25일~27일, 야행 밤드리 노니다가

2017년 ‘야행, 밤드리 노니다가’의 주요 프로그램은 청주만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이동거리극과 철당간 라이트쇼, 조선시대 내륙의 가장 큰 장이었던 청주장날 재현행사다.

또 국보 41호인 용두사지철당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망하는 헤리티지 워크숍과 무성영화관, 무형문화유산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문화재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용두사지철당간, 청주향교 등 12개 문화유산에는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된다.

청주장날은 주민, 상인, 청년, 예술가가 창조하는 근대문화거리(옛 중앙초-청주향교 구간)에 재현된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인, 푸드,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문화기획자가 만드는 교환장터와 무형문화재 장인이 직접 빚은 청주 명주(名酒) 신선주 체험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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