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누구나 띠가 있다
한국인은 누구나 띠가 있다
  • 사진=송봉화, 글=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2.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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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공주시 의당면의 ‘열두 띠 탈놀이’

<송봉화, 시간을 호명하다-②>

1998년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열두 띠 탈놀이. 사진=송봉화

고샅은 광장이었다. 고샅의 중심은 동구나무였다. 그저 이파리를 흔들어 새떼를 부르고 가지를 출렁여 그들을 떨어내는 것이 나무의 일상이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서 마을의 천년을 굽어보았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그 동구나무 아래에서 마을제의가 열리고 풍물패들이 비, 바람, 천둥소리를 앞세워 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진 마을길을 돌아다니며 가가호호 지신밟기를 했다. 풍물패의 축원에 집주인은 간단한 술상을 차리고 돈이나 쌀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모인 돈은 마을기금이 되었다.

집터엔 터주가 있고 부엌에는 조왕신, 우물과 장독대, 측간에도 신이 있다고 믿었던 조상들이었다.

1998년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의 열두 띠 탈놀이. 사진=송봉화

한국인은 누구나 띠가 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포함해 모두 열두 가지 동물을 12지라 하고,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10간과 짝을 이뤄 60년 마다 태어난 해가 돌아오게 만드니 환갑이다. 2018년은 무술(戊戌)년 개띠 해다.

12지에 포함된 열두 동물은 어떻게 선정됐을까? 설화는 이렇게 전한다.

하늘나라 상제가 동물의 서열을 정하기 위한 공고를 냈다. 정초부터 일찍 문안을 오는 동물부터 순위를 매기겠다고 했다. 우직한 소가 제일 먼저 출발했다. 몸집이 작은 쥐는 소의 등에 타고 하늘나라 앞까지 갔다가 소위 새치기를 해서 12지 1번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3등 호랑이나 4등 토끼의 하늘나라 입성 스토리는 없다.

열두 띠 탈. 왼쪽부터 돼지, 닭, 쥐탈. 사진=송봉화

섣달그믐에서 정월대보름 사이에 지신밟기를 할 때 여러 가지 탈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양반이나 각시탈을 쓰거나 심지어 광부(狂夫)의 탈을 쓰기도 했다.

새해는 시간의 마디가 바뀌는 것이므로 지신밟기를 할 때 12지, 즉 열두 동물의 탈을 쓰는 동네도 있었다. 열두 띠 탈을 쓰고 그 해의 띠탈을 앞세웠다. 풍물패를 따라 띠탈은 소고춤을 추었다. ‘열두 띠 탈’은 원래 짚으로 엮는 것인데 이 탈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남사당놀이 인간문화재 고(故) 남형우 옹의 수제자 박용태씨가 이를 만들어 공주민속극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열두 띠 탈놀이가 재현됐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8년 2월8일,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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