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보수표심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6·13보수표심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2.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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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충북지사·청주시장 후보적합도 70%가까이 답변유보
지방선거 최대 변수는 ‘국정지지도’ 아니라 ‘보수층 투표율’
바른미래당 ‘이삭줍기’-정의당 ‘소신투표’ 영향에 약진기대

<세종경제뉴스 창사 2주년 특집-6.13 충북풍향계>

보수표심이 갈곳을 잃었다. 세종경제뉴스 여론조사 결과 자유한국당 청주시장, 충북지사 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는 75%가 답변유보다. 사진은 2017년 3월, 청주 상당공원 탄핵반대 집회. 사진=뉴시스

6·13 지방선거에서는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장년층 이상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나오는가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역대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20~30대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등 일련의 촛불정국을 통해 보수층의 정치적 무기력감이 퍼진데다, 보수 대표정당인 자유한국당이 보편적 보수를 포용하기보다 극단적 우클릭으로 스펙트럼이 좁아진데 따른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보수의 심리상태는 첫째 지방선거 성적표가 초라할 것이라는 열패감, 둘째 지방선거와 후보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이같은 현상은 ‘월간 세종이코노미’를 발행하는 모(母)법인 ‘세종경제뉴스’가 2월 중 실시한 창사 2주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확하게 읽혔다. 2월10일과 20일,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청주시장, 충북지사 후보 적합도를 묻는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후보 적합도에 대해서는 기타후보 지지외에도 청주시장 68.8%, 충북지사 66.9%가 답변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네 명 중 세 명은 지지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미룬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장 후보와 충북지사 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서 각각 36.3%와 36.0%가 답변을 유보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현역으로서 기초의회 재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Q의원은 “내 주변에서는 지방선거는 사람이 중요하지 정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지사고 시장이고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지방선거는 도지사와 시장, 지방의원들을 한꺼번에 뽑는 선거인데 시의원 하나 뽑아주자고 투표소에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방선거를 적폐청산, 촛불정국의 완성으로 보는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의석분포는 민주당이 1당이지만 한국당과 의석 차가 불과 다섯 석에 불과하고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하면 ‘여소야대’에 놓여있다 보니 적폐청산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이 막강한 제1야당으로 군림하는 것은 2016년 촛불정국 이전에 실시된 2016년 4·13 총선의 결과이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야한다는 것이 30~40대 또는 진보층의 표심이다.

이는 민주당 청주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범덕 전 청주시장, 연철흠·이광희 도의원 등 전·현직 선출직보다 ‘인지도’면에서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유행열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지율에서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행정관은 전체 응답에서 28.6%, 민주당 지지층에서 44.5%,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현 정부의 국정운영 뒷받침’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55.7%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이번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다. 사진=뉴시스

20일 충북도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에 참여한 1005명 중 28.9%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라고 답변한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는 모든 연령층에서 다수였으나 특히 30~40대(30대 39.4%, 40대 34.9%)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무려 41.1%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이삭줍기 등을 통해 중대변수로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 이전까지 국민의당은 충북에서 3당이었지만 이른바 ‘자생능력’은 갖추지 못했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21.43%의 지지율을 얻어 옛 새누리당(38.6%)과 민주당(27.57%)을 추격했지만 금배지를 배출하지 못했던 것.

이에 앞서 실시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임헌경(청주7) 충북도의회 의원을 영입하는 등 청주시의회 2명, 옥천군의회·증평군의회 각 1명 등 모두 5명의 현역 지방의원을 입당시키는 것으로 체면을 세웠다.

도내 8개 국회의원 선거구에 지역위원회를 둔 국민의당과 달리 바른정당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도 충북도당조차 꾸리지 못할 정도로 충북에서 세가 미약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자유한국당의 ‘우편향’이 가속화됐고, 온건보수의 표심이 머물 수 있는 지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이 기존 당내 인사들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영입하는 길은 먼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현역을 모셔오는 것이다.

예컨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3선에 도전하는 김영만 옥천군수와 정상혁 보은군수 등이 있다. 김영만 군수는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제외되는 등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78세의 고령이라는 점에서 당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관록은 당을 떠나 득표력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의 삼고초려를 점쳐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의당도 약진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아온 것은 보수정당을 견제하기 위한 ‘사표방지 심리’였다. 심정적으로는 진보정당을 지지하지만 정작 투표소에 들어가면 보수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단체장 선거에서 보수정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에서 지방의회 후보자에 대한 소신투표가 예상되고 있다.

정의당원 윤성희 씨는 “그동안 줄기차게 진보정당에 투표해 왔다. 하지만 진보정당 지지자 중에도 정당투표는 진보정당에 후보자 투표는 민주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이번 지방선거는 소신투표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선거결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경제뉴스 창사 2주년 특집 여론조사는…

세종경제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주)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는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2월10일에는 충북 청주시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청주시장 후보 적합도를, 2월20일에는 충청북도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충북지사 후보 적합도를 물었다.

두 조사 모두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RDD와 휴대전화 가상번호 병행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10일 조사는 유선RDD와 휴대전화 비율이 31%와 69%, 20일 조사는 30%대 70%였다. 응답률은 10일 5.9%, 20일에는 5.6%였다.  

표본추출은 공히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17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셀가중)을 부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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