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참담했던 한 주,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첫 발
[현장] 참담했던 한 주,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첫 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07.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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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경찰청 앞에서 의료인 300여 명 집회
충북의사회도 상경투쟁, 폭행 재발 방지 등 입 모아
안치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충북의사회장이 8일 오후 서울 경찰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인 폭행 영상을 보며 비통해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8일 오후 3시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에 참여한 의료인들이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의료인 폭행 영상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상에서 한 남성은 의사와 몇 초간 대화를 나누다가 순식간에 팔꿈치와 주먹으로 의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의사는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남성은 피 흘리며 널브러져 있는 의사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또 한 번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응급실에서 의사는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의료인들은 폭력에 무방비한 의료 현실에 대한 자괴감에 빠졌다. 몇몇 의사는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까지 왔나'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안광무(왼쪽) 충북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경찰의 즉각적인 사과와 사법당국의 엄격한 양형 구형 및 판결 등을 외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이날 상경 투쟁에 나선 충북의사회 관계자들도 비통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이유 없이 맞았을 당시 만약 응급환자가 있었다면 아마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반의사불벌죄가 현재 악용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진선 충북의사회 공보이사도 "너무 안타깝다. 응급실 폭력은 무거운 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며 "이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료인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홍보와 안전한 진료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곧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광무 충북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이번 집회의 취지는 그동안 관행으로 묵인하고 그냥 넘어갔던 의료인 폭행 문제를 재인식해서 재발을 방지하자, 또 엄격한 법집행을 하자로 판단된다"며 "이는 곧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의료인이 살아야 국민도 산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것에 대한 공감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의료현장이 공권력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게 아쉽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초동수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의미에서 이번 집회가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의료현장도 그렇지만, 경찰도 공권력을 회복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조강일 충북의사회 전 정보통신이사도 "국민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의료인 폭행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의료인 폭행은 다른 환자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중범죄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치석 충북의사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응급실 의사와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안 된다. 응급실 내 폭행은 본인과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간접적인 살인행위"라며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진료실 개선, 경비인력 충원, 직원교육, 폴리스콜 활성화, 경찰의 정기순찰 등 시스템적 구축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구호 제창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의료인들. / 사진=이주현 기자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발생한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으로 촉발됐다. 경찰 추산 30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보건의료인이 이유 없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 폭력사건 수사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상 보건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한 벌금형을 삭제하고,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해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이 절대로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법률로서 입법되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 격려사를, 김철수 대한치과이사협회장, 홍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섭외이사, 백진현 전북의사회장 등이 연대사를 했다.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퍼포먼스도 열렸다. 

결의문을 통해 미흡했던 초동대처에 대한 경찰의 즉각적인 사과와 사법당국의 엄격한 양형 구형 및 판결,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보건의료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법 입법 등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된 사안으로 보인다. / 사진=이주현 기자
집회가 끝난 뒤 충북의사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인 폭행사건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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