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젊은이들 ‘인생샷’ 찍으러 증평 온다
일본‧대만 젊은이들 ‘인생샷’ 찍으러 증평 온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8.0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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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사람들도 잘 모르는 ‘어린이자전거공원’에 2~7월에만 786명
9812㎡부지에 5~7세용 미니어처 시가지 전부…물어물어 찾아와
지난 3월 자전거공원을 방문한 일본인 대학생들과 홍성열(왼쪽에서 다섯 번째) 증평군수. 현장을 다녀간 후카라는 여대생이 자신의 SNS에 올렸다.

국내 관광객들만 모를 뿐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홍콩, 태국 등 동남아시아까지 소문난 충북 증평군의 국제관광명소가 있다. 증평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외국인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니 신기할 따름이다. 2018년 상반기에만 약 800명 정도의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화제의 장소는 증평군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전거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만든 ‘증평어린이자전거교통안전공원’이다. 증평군은 2010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자전거 10대 거점도시’ 중에 한 곳이다.

설치목적이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설은 단출하기 그지없다. 2013년 6월, 12억원을 들여 증평읍 남하리 9812㎡에 조성한 시설은 실외교육장과 어린이놀이터가 전부다. 2015년에는 10억원의 사업비로 424.78㎡ 규모의 교육장을 추가로 지었다.

일본인들의 SNS에서 증평자전거공원은 핫스팟이다.

연중 무료로 운영 중인 교육장은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자전거에 대한 이론과 실습 등을 교육하고 있다. 2013년 첫해 1367명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2954명이 교육을 받았다. 올해는 7월말 현재 1198명이 이용했다.

그렇다면 이곳은 왜,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소문이 났을까? 이곳이 입소문에 오르내린 것은 2017년 초부터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 ‘사진 찍기에 좋은 한국의 명소’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경쟁하듯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소위 ‘인생샷’을 건질만한 국제적인 ‘명소 중의 명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누가 처음 이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렸는지는 분명치 않다. SNS의 속성 상 내국인이 올린 SNS 사진이 외국인들의 눈에 띄어 급속히 전파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동아시아 젊은이들의 사진찍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홍성열 증평군수도 지난 3월에서야 한 택시기사의 제보로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 제보 내용은 “일본 젊은이들이 떼로 몰려와서 자전거공원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으로 데려다 달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었다.

홍성열 군수는 택시기사에게 “일본인 손님을 태울 경우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고, 연락을 받자마자 통역을 대동해 현장에 출동했다.

홍 군수는 “일고여덟 명의 일본 대학생들이었는데 ‘SNS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더라.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증평읍내에 내려 택시를 타고 왔다는데, 솔직히 보여줄 것도 없고 음료수 한 잔 마실 곳도 없는 시설이어서 미안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진찍기의 패턴 중 하나인 점프.

하지만 일본인 대학생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기대했던 대로’였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이정훈(상근계약직‧도시교통과) 씨는 “일본 대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목적으로 왔는데,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더구나 군수 같은 높은 분이 나오실 거라고는 예기치 못했다’며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날, 홍성열 군수의 지시로 일본인 일행을 인근 민속체험박물관과 좌구산휴양림까지 안내했다. 이 씨는 “후쿠오카에서 온 여대생 후카 씨 등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홍성열 군수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자유여행으로 오는 젊은이들이 서울 홍대거리처럼 이곳을 꼭 들러야하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자전거공원에서도 외국인 방문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정래진 자전거공원 안전지도교사는 “2018년 2월부터 7월31일까지 집계한 결과, 6개월 동안 786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봄에는 일본인 대학생들이 많았고, 5월부터는 대만이나 홍콩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가이드까지 데리고 온다. 인원도 한꺼번에 20명 이상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찍기의 패턴 중 하나 제식행렬.

정래진 교사는 “구경이 목적이라면 5분도 머물지 않겠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다 보니 최소한 한 시간 이상은 머물다간다. 주변이 벌판이라서 하늘이 넓게 나오고, 미니어처 건물들이 파스텔 톤이다 보니 색감에서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증평시가지를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은 시설물들은 육안으로 보기와 달리 사진 속에서는 그럴듯한 풍광을 연출한다. 사람들이 ‘증평의 작은 마을’로 부르는 미니어처 시가지는 어른 키보다 조금 클 정도여서 ‘소인국’에 온 느낌을 준다. ‘증평군청’이나 ‘증평분식’이나 모든 건축물의 크기가 비슷한 것도 이채롭다. 대만의 한 인터넷뉴스는 “건물의 색채가 마카롱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블로거도 자전거공원에 대해 “자녀들에게 자전거 교통규칙과 주의사항을 교육하는 장소이고 어른들에게는 엘리스 동화 나라를 선사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또 다른 중국인은 여동생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한 경로 등을 사진을 덧붙여 설명하면서 방문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홍성열 군수는 “외국인들을 위해 3000만원을 들여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된 안내표지판과 책자도 만들었다”며 “간식을 먹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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