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탐방] 카페 '커피미각'
[사회적기업 탐방] 카페 '커피미각'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07.18 0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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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찌꺼기 활용 생활용품 제조…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실천
카페 '커피미각'의 허동욱 대표.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커피미각’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점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기치로 카페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에 친환경을 실천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동욱 커피미각 대표는 직업군인 출신이다. 육군 대위로 복무했다. 2018년 전역을 몇 개월 앞두고 전역 후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2층 상가주택을 매입해 2층은 살림집으로 쓰고 1층 점포에 20평 규모의 카페 ‘마실 가다’를 오픈했다. 허 대표는 아직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카페 운영은 대부분 아내가 맡았다.

카페를 차리는 데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부친이 오래 전부터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허 대표도 커피를 좋아했다. 집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그라인딩해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즐겼다. ‘취미를 직업으로’라는 이른바 창업 성공 요건 중 하나를 실현한 셈이었다.

카페 ‘마실 가다’를 운영하면서 많은 단골이 생겼다. 2년 정도 지나자 카페 공간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더 늘려야겠다 판단하고 2020년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상가 건물 1층을 임차했다. 면적은 50평 정도. 비하동 카페에 비해 2배 이상 넓어졌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커피미각' 외관.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커피미각' 외관.

 

2020년 5월 카페 ‘커피미각’을 정식 오픈했다. 커피미각은 친환경과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고 있다. 친환경 카페를 운영한 것은 2021년 비하동 카페 시절부터다.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 생활용품으로 제품화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제품화를 위해서는 또 다른 공정이 필요했고 노력과 비용 부담이 뒤따랐다.

각고의 노력 끝에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부엉이 인형, 화분, 캔들, 연필 등을 제작했고 카페 한켠에 진열대를 마련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반응은 좋았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신기해했고, 친환경을 직접 실천하는 허 대표의 생각에 공감하고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카페 ‘커피미각’을 오픈한 후 단골들의 권유에 따라 사회적기업 인증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제품화하는 아이템은 카페 운영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해주기에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생활용품들.

 

허 대표는 면접 심사 당시 자신이 했던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단다.

“누구든 환경을 생각하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누구든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면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직접 실천하는 카페 운영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죠. 저는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커피미각은 2022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보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어요. 사회적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예전보다 더 많이 연구하게 되고, 정부 지원을 받으니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것이 사회적기업으로서 커피미각의 존재가치이고 미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대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대나무 칫솔, 규조토 칫솔꽂이, 설거지 비누, 파우더 입욕제, 다회용 화장솜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진열·판매하고 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친환경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친환경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한 작지만 위대한 실천인 것이다.

매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친환경 제품들.
매장 안에 진열되어 있는 친환경 제품들.

 

허 대표는 청소년들의 진로 체험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주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일요일에 카페 운영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했는데 현재 총 6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손님 응대, 주문받기, 음료 제조, 메뉴 개발, 계산 등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일요일에 발생하는 수익금은 음료 재료 및 소모품 구입에 사용하며, 일부는 적립했다 연말에 기부할 계획이다.

커피미각은 현재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에 ‘커피미각랩’도 운영하고 있다. 실험적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R&D 센터와 같은 곳이다. 메뉴 개발뿐만 아니라 패키징도 연구하고 있다.

허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성공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신을 밝혔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현실화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단과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 이후의 투철한 정신 무장과 지속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죠. 그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성장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내부 모습.
카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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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량 2023-10-02 16:57:09
청주 살 때 이런 카페가 근처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카페에 진열된 친환경 제품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환경 제품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구나 싶었어요.
무엇보다 커피가 너무 맛있습니다. 청주 올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방문하는 카페예요 ㅎㅎ 번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