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오래전부터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코드블루’가 울렸다
[이슈분석] 오래전부터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코드블루’가 울렸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8.2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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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실태 면밀 분석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코드블루(Code Blue). 병원 응급실에서 심장정지로 인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일 때 울리는 벨이다. 오래전부터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코드블루가 울렸다. 출범한 지 5년이나 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2차 종합병원 하나 없어서다. 최근 인구가 급증하면서 1차 의료기관이 늘고 있지만, ‘1~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보건소도 달랑 하나다. 그야말로 ‘의료 황무지’다. 세종경제뉴스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의료 인프라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조치원읍의 한 거리. 빼곡하게 들어찬 의원가 사이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 이주현기자

인구는 느는데, 의료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세종특별자치시의 인구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의료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세종특별자치시의 인구는 23만5774명. 2012년 7월 출범 당시 10만751명이었던 인구가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아름동이 4만98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치원읍 4만7489명 △도담동 3만1023명 △한솔동 2만7908명 △종촌동 2만7380명 △금남면 1만27명 △연서면 7980명 △전의면 6980명 △부강면 6979명 △장군면 6351명 △전동면 4232명 △연동면 3770명 △소정면 3085명 △연기면 2738명 등이다.

이에 반해 의료 인프라는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 세종특별자치시의 병·의원 현황을 보면 △2012년 52곳 △2013년 56곳 △2014년 76곳 등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차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쉽게 말해 경증은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뇌졸중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치료할 병원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14년 기준 세종지역 의료 인력은 모두 402명이었다. 전년보다는 86명 증가했다. 그러나 의료인력 1명당 인구수를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 의사는 1281명, 치과의사는 3694명, 한의사는 3874명, 간호사는 1418명, 약사는 1937명을 돌봐야 한다. 전국 평균은 인구 10만 명당 보건의료인력은 941명, 의사는 180명이다.

산부인과의 부재도 젊은 부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의 합계 출산율은 1.9.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대비 출산율은 40.7%, 신생아 수는 107.7% 증가했다. 주변 충청권 도시의 인구 유입에 장밋빛 인생을 찾아온 젊은 부부들의 증가로 시는 ‘청년 도시’가 됐다. 문제는 출산까지 가능한 산부인과는 신도심에 단 한 곳밖에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산과 산후조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전과 청주 등으로 ‘원정’을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도담동 한 상가에 위치한 병·의원들. 기사 내용과 무관. / 김승환 기자

10명 중 2명, 세종지역 의료기관 이용 안 해… 진료 불만족

세종시민 10명 중 4명은 세종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가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년간 세종시민을 대상으로 ‘세종시내 의료기관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세종시내 의료기관만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54.2%였다. 이어 세종시내와 시외 의료기관을 모두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23.4%, 세종시외 의료기관만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22.4%였다. 세종시민 10명 중 2명은 아예 타 지역 병원을 이용한 셈이다.

이처럼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치료 효과와 진료 결과에 대한 불만족’ 이 주된 원인이었다. 주로 이용한 세종시내 의료기관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45.8%)이 가장 많았다. 이어 만족은 44.5%, 불만족은 9.6였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치료 효과 및 진료 결과 불만족(31.4%), ’전문 의료인력 부족(20.8%), ‘의료시설 열악(19.1%)’, ‘불친절(14.9%)’ 순으로 조사됐다. 세종시외 의료기관을 이용한 이유로 종합병원의 부재와 열악한 의료시설, 전문 의료 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세종시외 주로 이용한 의료기관은 ‘종합병원(56.9%)’이었다. 주로 간 지역은 대전(48.6%), 청주(20.1%), 천안(12.8%), 서울‧경기(12%)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세종시외 의료기관 이용자 비율을 보면 세종시 45.8%, 조치원읍 34%, 면지역 54.5%, 동지역 48.3%로 절반 가까운 시민들의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종시민 10명 중 3명은 거주지에서 의료기관 접근이 수월하지 않다고 답했다. 2014년 실시된 ‘의료기관 접근 수월성’을 묻는 통계에서 응답자들은 보통(37%), 수월(33.1%), 수월하지 않음(29.9%) 순으로 답했다. 읍면동별로 의료기관 접근이 ‘수월하지 않음’이라고 느끼는 비율은 동지역이 3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면지역 32.5%, 조치원읍 22.4% 순이었다.

1-4생활권 모아엘가 에코힐 주변 세종충남대병원 부지. / 사진제공=태양부동산 이정호 공인중개사

2018년 세종충남대병원 개원… 하지만 2년 간 ‘속수무책’

현재 세종시에는 종합병원의 부재로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갈등이 높다. 대학과 연구, 의료, 복지, 첨단산업 등 복합기능을 갖춘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진한 상황이다. 오는 2018년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이 들어서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 건립을 통해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인문학·자연과학·의학 융합연구, 최고 수준의 안전한 진료,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의료인 양성 등의 비전을 가지고 세종시의 위상에 걸맞은 명품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병원은 2012년 7월 건립 추진을 결정한 이후 2015년 5월에 예정부지 토지매입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10월에는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다음달 설계 및 시공 일괄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2018년 말 개원을 목표로 본격적인 건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은 세종시 도담동 1-4구역 종합의료시설 부지 3만5261.3㎡에 지하 4층, 지상 13층, 500병상 규모로 건립되고 향후 700에서 800병상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모두 2700억 원이 투입된다. 병원에는 암센터와 심뇌혈관센터, 척추센터, 소아청소년센터, 여성의학센터, 국제진료센터, 응급의료센터, 의료혁신연구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9개 특성화센터가 들어선다. 내과계 진료부, 외과계 진료부 등 모두 12개 진료부문으로 나누고, 충남대병원 본원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도 도모할 예정이다. 특히 청주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살려 바이오ㆍ의료클러스터의 거점병원 역할을 통한 연구중심 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이 건립되기 까지 2년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이 기간 의료 공백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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